우리는 우선 정치논리가 경제를 좌지우지해서는 안된다는 기본입장을 다시 한번 밝히고자 한다. 강제적 수단을 쓴 적이 없다는 청와대측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업계와 일부 부처 관계자들은 정부주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원칙적 방향설정을 정부가 하고 전경련에 업계중심의 자율적 집행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의 위력앞에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기업의 입장이라는 사실도 지나치면 안된다. 반복하지만 경제정책은 시장논리에 의해 집행돼야 한다. 정치논리가 경제를 지배해 일어난 일이 환란이라면 이제 그런 시행착오는 끝내야 한다.
반도체빅딜은 한마디로 당사자간에 풀어야 할 숙제다. 엄청난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물론 공정하게 결론을 유도하고 있다고 하지만 연말이라는 시한을 정해놓고 급히 추진하다 보면 여론의 눈에는 공정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기업의 명운이 걸린 수조원짜리 사업이 시한에 쫓겨 결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당사자간에 합의한 대우전자와 삼성자동차의 빅딜조차 아직 타협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양사가 협의결과에 승복한다면 현대가 되건 LG가 되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정부가 특정기업과 대립양상을 보이기 보다 당사자들이 타결점을 찾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빅딜을 다루는 정부의 방법론에도 문제가 있다. 청와대측의 발표대로 ‘모든 권한을 동원한 압박’은 어른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아무리 돈줄을 쥐고 있다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은 결코 모양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자칫 여론을 자극해 정부의 입장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제재가 본격화 할 때 외국 바이어들이나 외국 자본주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도 심각히 고려해야 할 일이다.
본란은 누차에 걸쳐 타율적 빅딜의 부작용을 언급하고 정치권의 개입을 자제토록 촉구한 바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당사자들이 협상을 통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반도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으로 이 부문의 빅딜은 정부나 현대 LG를 떠나 우리 모두의 문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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