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계종 새 총무원장 고산 스님

  • 입력 1998년 12월 30일 08시 00분


대한불교 조계종의 제29대 총무원장에 고산(64·속명 오만근·吳萬根·사진)쌍계사 주지가 선출됐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총무원장 선거에서 고산후보는 유효투표 중 재적 과반수를 넘는 1백67표(59%)를 얻어 1백15표를 얻은 지선(知詵)백양사주지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는 총 선거인단 3백14명 중 정화개혁회의를 지지하던 은해사 수덕사의 선거인단을 포함, 총 2백83명(무효 1표)이 참여해 90.1%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고산 당선자는 기자회견에서 “종단을 이끌어야 할 책임있는 스님들이 세속적 이익과 권한, 명예를 탐해 교단의 화합을 파괴하고 종단을 나락에 빠뜨린 데 대해 전국민 앞에 참회드린다”며 “땅에 떨어진 불교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 청정승가(淸淨僧家)를 건설하는데 온몸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조계종 개혁에 있어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인가.

“승려가 승려의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는 것이 첫걸음이다. 청정하게 계율을 준수하고 수행에만 힘쓰는 스님들이 존경받도록 하겠다. 총무원 권한 집중 해소문제, 조계종의 재산관리를 투명하게 하기 위한 제도개혁은 원로 중진스님, 종회의원과의 협의하에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

―정화개혁회의측 스님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악(惡)을 악으로 다스리는 것은 또 다른 악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므로 중징계는 가급적 피하겠다. 그러나 세속의 사회법도 있고 승단의 질서를 위해 최소한의 징계가 불가피한만큼 여러 중진스님들과 논의해 처리해 나가겠다.”

―고산스님의 당선으로 범어문중의 독주가 예상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우리들은 모두 석가모니 부처의 제자들인데 문중별로 파벌을 가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대화합을 전제로 종단을 운영해 나가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고산 당선자는 45년 범어사에서 동산(東山)스님을 은사로 득도(得度)해 조계사 은해사 쌍계사 주지를 역임했다.

한편 52표 차로 낙선한 지선(知詵·52·백양사 주지)후보는 “덕망 높은 선지식인 고산스님의 당선을 축하드린다”며 “앞으로도 미력하나마 종단의 지속적인 개혁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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