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황당한 소 백신 파동

  • 입력 1998년 12월 30일 19시 50분


유산과 불임, 조산을 막기 위해 브루셀라 예방백신 접종을 받은 소들이 오히려 집단유산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몰고 왔다. 농림부가 허가도 받지 않고 들여온 백신종균을 원료로 적당히 만든 엉터리 백신의 제조허가를 내준 것도 문제려니와 시험접종 후 사후 확인도 하지 않고 전국적으로 예방접종을 실시해 무려 20만마리에 이르는 소가 유산 또는 조산하는 사태를 빚은 것이다.

엉터리 방역사업으로 가축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리고 축산농가들이 수백억원대의 피해를 본 것도 참담한 일이지만 더욱 황당한 것은 이같은 비리가 대학교수의 허술한 연구와 관련기관의 형식적인 기술 검토 및 당국의 사후 추인형식의 제조허가에 의해 빚어졌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백신제조업체들과 공무원들의 검은 결탁도 있었다. 농림부와 관련기관이 기술검토 제조허가 검정절차 사후확인 등 한가지 과정만이라도 제대로 챙겼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브루셀라 파동은 뇌물행정과 탁상행정의 폐해가 얼마나 엄청난 것인가를 보여준 표본적인 사례로 꼽힐 만하다.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아직도 정확한 농가피해 조사는 물론 브루셀라 사태 발생의 원인조차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 자체의 변이나 오염, 송아지와 어미소를 구별하지 않고 균수를 일률적으로 투여한 마구잡이 접종, 배양과정에서의 잘못 등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또 다른 가축이나 사람에의 전염 여부, 브루셀라에 걸린 쇠고기나 우유를 먹었을 때의 인체감염 여부도 가려내지 못하고 있다. 브루셀라균이 인체에 감염되면 뇌막염 골수염 유산 및 고환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역학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허술한 방역체계도 개선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전문지식도 없는 공무원들에게 기술검토를 맡겨서는 안된다. 더구나 기술검토와 검정을 특정기관이 전담하도록 해서는 똑같은 사고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각종 균주의 정부 통합관리체제도 갖추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국내 축산농가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같은 와중에서 정책의 실패가 축산농민들을 다시 한번 울렸다. 소의 생산과 유통을 전산관리한다는 미명 하에 도입된 소수급 전산화 작업조차 농림부 공무원과 업자들의 배만 불려준 채 2백80억원의 예산만 낭비했다는 보도도 있다. 이래서는 안된다. 이미 사법처리된 공무원은 물론 책임행정차원에서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한 상위직들의 감독책임을 엄정히 물어야 한다. 손해배상에 합당한 국가구상권 행사도 뒤따라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