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미래달린 일 ▼
‘왕따’당하는 청소년이 없고 ‘왕따’하는 청소년이 없었으면 좋겠다. 공부타령으로 고통받고 세상의 ‘일류병’때문에 낙오하는 청소년이 없었으면 좋겠고 차별받고 학대받고 놀림당하는 청소년이 없었으면 좋겠다. 감정섞인 교사 체벌이 없어져서 112신고를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청소년 자녀를 함부로 때리고 욕하는 가정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런 저런 이유로 가출해 비행에 빠지는 청소년이 없었으면 좋겠다. 꽃다운 나이에 아파트 옥상에서 낙엽처럼 떨어져 자살하는 여학생이 없었으면 좋겠고 구인광고를 보고 유흥업소에 찾아가 퇴폐적인 성(性)의 노리개가 되는 청소년이 없었으면 좋겠다. 억지 빚에 얽매여 감금된 채 인간이하의 성적(性的)노예생활을 하는 청소년이 없어졌으면 정말 좋겠다.
청소년 사업은 우리 모두의 미래산업이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참고 저축하고 투자하는 삶의 이치가 바로 청소년 사업의 이치다. 그런데도 우리는 청소년 대책을 너무 소홀히 해왔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철학이 없었다.
그래서 정부기구만 해도 청소년정책기구가 30년동안 무려 7개 부처를 돌아다녔다. 치안과 관련이 있다고 내무부로, 교육과 관련이 있다고 문교부로, 문화예술과 관련이 있다고 문화체육부로… 하는 식이었다. 이 웃지 못할 발상들이 앞으로 또 어디로 튈지 알 수가 없다. 청소년 문제는 총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청소년사업가 몇몇 사람이 이리 뛰고 저리뛴다고되는 일이 아니다.
정부차원에서도 총리 산하의 청소년보호위원회만으로 청소년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부처가 소관별로 모두 관심을 가지고 총체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이다.
외교통상부는 우리 청소년들을 보편적인 세계주의 인물로 키우기 위해 국제교류정책들을 각별하게 추진해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재정경제부도 청소년을 술 담배로부터 보호하는 일을 비롯해 각종 경제정책에서 적극적인 배려를 할 수 있다고 본다. 농림부와 해양수산부는 농어촌청소년양성대책 등을, 문화관광부는 문화예술 청소년대책과 불량문화 추방대책 등을,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노동부는 청소년들의 과학기술증진, 직업훈련대책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청소년의 건강 의료 복지대책 및 유흥업소대책 등을, 교육부는 학교 및 사회교육대책 등을, 경찰은 비행청소년 대책 등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통일부와 국방부도 북녘의 청소년 어린이들을 위한 특별한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본다.
▼어른 모두 힘모아야 ▼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더욱 크다. 지역사회 청소년 문제에 대해 현장감있는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 청소년 종합터를 마련하고 기존의 구민회관 문화회관 체육시설 복지시설들을 청소년들에게 활짝 개방할 수 있다. 쉼터를 만들 수 있고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다.
학생 청소년들과 관련해서는 각급 학교당국의 용기있는 행동이 요청된다. 적성개발을 위한 특별활동, 인성교육, 따뜻하고 감동적인 생활지도를 위해 왜 획기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는가. 필요하다면 이를 위해 학과수업을 대폭 줄이도록 규정을 바꾸고 위반하면 징벌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어려운 여건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훌륭한 교육자들의 의지와 결심뿐일 것이기 때문이다.
언론과 시민단체에 대한 기대가 가장 크다. 굳이 탈무드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향도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일부 부처의 이기주의적인 관료와 이런저런 위원자리나 엿보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 새해에는 너나없이 청소년 문제에 총체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새로운 기풍이 우리 사회에 넓게 형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강지원<청소년보호위원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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