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진로와 대학

사람에게 직업선택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직업을 잘 선택해야 평생을 보람있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대학진학일 것이다. 그래서 이 시기가 되면 수험생은 물론 학부모까지 깊은 고민에 빠진다. 전공을 고를 때 10년, 20년 후를 내다봐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본인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인재육성과 확보차원에서 국가 장래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미래에 어떤 어떤 직업이 각광받을 수 있을까를 예측하기는 무척 힘들다. 사회변화의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되겠지만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제대로 전공을 선택했다 해도 개인 적성과 맞아야 한다. 이런 어려움 때문인지 진로선택은 대개 보수적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올 입시에서도 의대 등 전통적인 인기학과가 여전히 경쟁률이 높았다.

▽거기다가 우리 대학처럼 ‘한번 명문대면 영원한 명문대’라는 ‘편견’이 철저히 지배하는 나라도 드물다. 흔히 있을 법한 대학 순위의 지각변동도 잘 일어나지 않는다. 명문대 졸업장은 그 자체로 실력을 인정받는 프리미엄을 지니기도 한다. 곳곳에 뿌리내린 엘리트주의, 학벌주의의 ‘혜택’이 그 증거다. 그렇더라도 대학 선택에서 합리적 기준이 정착되지 않은 것은 역시 안타깝다. 원인은 역시 대학에 대한 정보부족 때문이다.

▽수험생들이 손에 쥘 수 있는 대학정보는 전년도 수능합격선과 졸업생 사회진출도 정도다. 막연한 이미지로 대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수험생들은 불행하다. 미래에 대한 분명한 예측도 없이, 대학에 대한 확실한 정보도 없이 대학과 학과를 선택해야 하는 수험생들의 어려움이 안타깝다. 우선 대학이 친절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대학 스스로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불가피한 일이다.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