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브로커 인터뷰★
“중국 단둥(丹東)지역에는 요즘한국기업 관계자들로 북적입니다. ‘북한 동해안지역에 반입할 수산물이 많다’는 이곳 현지 대북 중개인들의 부풀려진 말에 이끌려 찾아온 사람들이지요. 그러나 현지에 와보면 사실과 달라 아무 일도 못하고 시간만 허비하는 사람이 많아요.”
중국 옌볜(延邊)지역에서 10년 가까이 대북중개업을 하고 있는 조선족 H씨(46)는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고 해도 여전히 사기성이 농후한 대북 브로커들이 활동하고 있다” 면서 이같이 귀띔했다.
실제 지난해에는 국내 굴지의 한 업체가 북한 동해안에 명태 정어리가 꽉 차있다는 한 대북 브로커의 얘기만 믿고 온두라스 국적배를 빌려 북한에 들여보냈다가 큰 손해를 본 사례도 있었다는 것.
이는 옌볜의 중개인들 중 절반 이상이 실제 북한 현지에 들어가서 실정을 확인하지도 않고 단둥의 북한 주재원이나 평소 교류가 있는 북한주민들의 말만 듣고 이를 부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게 H씨의 설명.
“이들은 기차간이든 어디든 남한 기업인을 만나면 지연 혈연 등을 앞세워 접근합니다. 그리고는 북한에 확실한 연줄이 있음을 강조합니다. 때로는 북한의 고위층을 팔기도 하고 그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도 하지요. 그러면서 ‘좋은 사업 아이템이 있으니 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식으로 대북사업을 제안하지요.”
그러나 최근 옌볜지역의 경제가 어렵고 북한에서 특별히 반출해 나갈 상품들이 점차 줄면서 이런 식으로 접근하거나 활동하는 대북 브로커들은 점차 줄고 있다고 H씨는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남한 기업인들이 사기행각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 업체는 우리가 북한과 한 계약서 사본을 입수해 마치 자신들의 사업인양 떠들고 다니면서 다른 기업체들에 투자를 권유했던 일도 있었지요. 어떤 때는 서로 속고 속이는 게임을 한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H씨는 대학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엘리트 출신. 북한 지역의 대외개방 필요성과 남한의 북한에 대한 투자 이점이 높다는 점 때문에 대북 중개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이슈추적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