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3∼10일)에 출품된 신차의 두드러진 경향은 한마디로 복고풍.
복고바람을 선도하는 회사는 포드와 다임러 크라이슬러. 포드는 3일 열린 컨셉트카 발표회에서 43년간 생산하다 97년 단종한 스포츠 쿠페 ‘선더버드’를 다시 선보여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선더버드를 직접 무대까지 몰고 나온 잭 네서 회장은 차에서 내리면서 “선더버드는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고 그랬죠. 자, 여기 이렇게 왔습니다”는 말로 관중을 열광시켰다. 이날 발표한 신차는 50년대 모델을 원용한 것.
같은날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선보인 5종의 컨셉트카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끈 차도 역시 30년대 스타일의 ‘PT크루저’. 전체적으로 곡선을 강조한 차체, 상하 폭이 넓은 전면부, 동그란 모양의 후미와 타이어를 감싸고 있는 측면부를 도드라지게 처리하는 등 마피아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승용차를 연상시켰다.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4일 공개한 컨셉트카 ‘비전 SLR’도 양측면에 에어 아웃렛을 달고 수직으로 여닫는 문을 설치하는 등 53년 처음 선보일 당시의 특징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델.
재규어는 60년대를 풍미했던 모델을 새로 단장한 ‘S타입 세단’을 내놓았으며 시보레 폴크스바겐 폰티악 등도 과거 스타일의 차를 발표했다.
이같은 복고 경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새로운 스타일로 승부하는 것보다 과거의 성공을 등에 업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이번 모터쇼에 나타난 ‘복고풍’은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는 개념만은 아니다. 최첨단 기능을 갖춘 미래형 차량에 ‘유산으로 물려받은 디자인’을 접목시킨 것으로 이해해달라는 게 자동차회사들의 주문이다.
〈디트로이트〓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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