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홍/일본의 미국비판

  • 입력 1999년 1월 6일 19시 19분


일본정부 고위인사들이 미국에 불쾌한 언급을 내놓아 화제다. 그중 나카무라 법무상은 미국이 제조업에서 일본에 당할 수 없게 되니까 금융으로 위협을 가했다고 비난했다. 세 불리하면 슈퍼 301조로 대드는 것이 무슨 자유경쟁이냐는 말도 했다. 미국과 일본의 무역전쟁을 감안하면 할 수 있는 얘기다. 그러나 미국 안보정책을 건드린 대목에서 외교분쟁거리가 생길지도 모른다.

▽나카무라는 미국이 다른 나라에 지게 되면 원자탄과 미사일을 쏘아댄다고 꼬집었다. 사실은 슈퍼 301조를 핵탄두급 위력에 비유한 표현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국제여론에 주는 영향은 의미심장하다. 원자탄은 2차대전 당시 일본을 항복시킨 미국을 연상하게 한다. 또 미국은 미사일로 두차례 이라크를 응징했다. 핵과 미사일은 미국의 패권주의를 상징한다.

▽미국의 통상압력이나 패권주의적 군사력 운용은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나카무라의 이번 발언이 주목을 끄는 이유도 그래서다. 설득력마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군대 불보유 헌법의 개정 주장에 이르러서는 지지도가 많이 떨어진다. 미국의 패권주의보다는 일본 재무장이 더 문제라는 견해가 아직은 중론이기 때문이다. 중국 지도자들도 그런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은 신년담화에서 세계 불안정 이유가 패권주의에 있다고 지적했다. 패권주의란 미국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그러나 이 정도는 그가 지난해 일본 천황의 공식만찬장에서 벌였던 ‘인민복 시위’에 비하면 의례적인 미국 견제에 불과하다. 재무장금지 조항을 일본헌법에 넣도록 한 미국을 중국이 비판할 리 없다. 그것은 미국 패권주의와 무관한 국제적 합의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김재홍 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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