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편지]송순분/“직장·전세금날렸지만 포기말라”

  • 입력 1999년 1월 6일 19시 19분


오랜만에 막내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살림이 어렵다는 것은 짐작했지만 막상 동생의 목소리를 들으니 눈물부터 나왔다.

동생 부부는 옷 만드는 공장에 다니면서 알게 돼 결혼한 뒤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다. 친정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동생은 고생도 무척 많이 했다. 결혼할 땐 출가한 언니들이 신경쓸까봐 모든 것을 혼자서 어른스럽게 처리했던 기특한 동생이다.

그런데 동생에게도 IMF 한파가 닥친 모양이다. 기술이 있기 때문에 그럭 저럭 살겠지 했는데 얼마전 둘 다 실직했다는 말을 듣고 눈앞이 캄캄했다.

설상가상으로 시골 사시는 시부모님을 모시려고 전셋집을 옮겼는데 집주인의 빚 때문에 전세금도 날리게 됐다는 것이다. 실직은 생각지도 않았던 동생 부부는 공연히 어른들께 걱정만 끼치고 불효를 하게 됐다고 울먹였다. 정말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한 사람이라도 수입이 있어야 할텐데 생계가 막막한 모양이다. 기술이 있으니 실직자 대출이라도 받아서 수선집이라도 해보라고 권했더니 절차도 까다롭고 보증인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서민들에겐 먼 이야기라며 자포자기한 모습이었다.

용기를 내라고 위로의 말은 했지만 언니로서 별다른 도움을 못주는게 가슴 아프다.

그러나 동생은 야무지기 때문에 반드시 어려움을 헤쳐나갈 것으로 확신한다. 하루 빨리 동생으로부터 희소식이 들려오길 두손 모아 빌어본다.

송순분(충북 영동군 용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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