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대중문화 동반시대/젊은 영화인] 日 센토 다케노리

  • 입력 1999년 1월 7일 19시 56분


《칸 베니스 등 세계적 권위의 영화제에서 잇따라 수상하며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온 일본영화. 할리우드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관객동원에 성공하고 있는 한국영화. 두 나라에서 자국영화가 일어서는 시기는 젊은 영화기획자의 활약이 커진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독창성과 마케팅감각을 주무기로 영화 새시대를 연 영화 프로듀서들을 일본과 한국에서 만난다.》

▼센토 다케노리 프로듀서 ▼

지난해 세계를 휩쓴 ‘타이타닉’열풍에서 예외가 아니었던 일본. 그러나 ‘타이타닉’과 맞붙어 자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킨 일본영화가 있다. 1백50개 극장에서 동시 개봉돼 4백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링/나셍’. 한국에서도 리메이크되고 있는 이 대히트작을 기획, 제작한 프로듀서가 센토 다케노리(仙頭武則·38)다.

센토는 요즘 일본에서 가장 잘 나가는 영화 프로듀서. 그러나 엉뚱하게도 그가 영화일을 시작한 곳은 TV였다. 92년 위성방송 와우와우(WOWOW)에서 젊은 감독들을 모아 5,6편의 영화를 동시에 제작, TV와 극장에서 상영하는 ‘J―무비 워스(Movie Wars)’시리즈를 시작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센토가 발굴한 감독은 ‘달은 어디에 떠있는가’를 만든 재일동포 감독 최양일을 비롯, 97년 ‘수자쿠’로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탄 가와세 나오미(河瀨直美), 일본 영화프로페셔널대상 그랑프리를 수상한 ‘헬플리스’의 아오야마 신지(靑山眞治), 10년간 연출을 중단했다 재기한이시이 소고(石井聰瓦)등 그 면면이 화려하다. ‘J―무비 워스’가 시작된 92년은 일본 영화가 극도의 침체를 기록한 해였다. 지난해 말 일본에서 만난 센토는 “거품경제 붕괴와 입장객수 감소 등으로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절대로 손해보지 않게 내 방식대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센토의 방식 첫째, 영화는 비즈니스다.

“영화 5, 6편을 묶어 한꺼번에 제작비를 조달합니다. 그중 1편이 별로여도 다른 1편만 히트해주면 돼요. 편당 제작비는 낮지만 문제없어요. ‘수자쿠’도 칸 영화제 50년 역사상 가장 싸게 만든 영화일걸요.”

그는 “위성방송에 오기전 6년간의 철강회사 영업사원 경력이 ‘손해보지 않는 범위내에서’ 영화제작을 통솔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둘째, 국제영화제를 공략하라. 그가 만든 30여편의 영화는 대부분 국제무대에 진출했으며 수상실적도 화려하다. 국제무대 진출비결은 ‘글로벌 스탠다드와 정반대’로 가는 것. “일본 고유 요소가 심플한 주제와 결합될 때성공할수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셋째, 양이 질을 만든다. “하나의 걸작보다 많은 영화를 만들어 사람들을 영화계로 끌어들이는게 중요하다”는 것.

넷째, 최종판단은 프로듀서가 한다. “야구로 비유하면 프로듀서는 감독, 영화감독은 투수입니다. 투수가 경기를 좌우하지만 지휘는 감독이 하죠. 일본영화가 그간 침체했던 이유는 팀의 감독들이 지휘를 하지않고 그냥 앉아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요즘 일본에서 영화제작은 대부분 기획력을 앞세운 프로듀서와 독립 프로덕션의 손에서 이뤄진다.

센토는 ‘제작은 인디(독립 프로덕션)가, 배급은 메이저가’ 맡는 메이저와 인디의 협력관계를 일본영화의 강점으로 꼽았다.

지난해 10월 독립프로덕션을 차린 센토는 요즘 아오야마 신지 등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5명의 젊은 감독과 함께 ‘해외 우선 개봉’을 목표로 한 ‘J씨넥스’를 기획, 또하나의 도전을 시작했다.

〈도쿄〓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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