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추광복/국토종단 참가한 아들에게

  • 입력 1999년 1월 10일 19시 33분


사랑하는 아들 명진아. 발대식을 마치고 집을 떠난지도 열흘이 넘었구나. 얼마 안된 것 같은데도 무척 보고 십구나.

한국소년탐험대가 주관하는 국토종단 행사에 참여할 수 있게 보내 달라고 물었을 때 사실 엄마는 좀 망설였단다. 대견스럽고 장하다는 생각에 허락은 했지만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엄마는 용기를 내 보내기로 결심했지.

최남단 마라도에서 임진각까지 걸어서 20일이나 걸린다는데 엄마로서 걱정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니. 네가 떠난 뒤 매일 건강하고 안전하게 잘 다녀오기만을 기도했다. 얼마전 네가 보낸 엽서에 ‘엄마 하루 밥 두끼 진짜 배고파’라는 구절을 읽고 엄마는 그만 울고 말았어.

8∼9㎏의 배낭을 멘 채 하루 20∼30㎞를 걷고 밤에는 야외에서 침낭에 들어가 잔다는데 감기는 걸리지 않았니. 12세 어린 나이에 너무 혹독한 것이 아닌지 마음이 너무 아프단다.

땅끝 마을 행사때 잠깐 동안의 만남에서 초췌한 네 모습에 마음이 몹시 아팠지만 엄마는 널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어. 엄마는 마음 속으로 너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명진아, 네가 어른도 하기 힘든 국토종단을 하면서 경험하고 배운 것들이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임진각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너의 다짐에 엄마도 힘이 솟는다.

네가 임진각에 도착하는 그 날까지 엄마도 하루 한끼씩 금식하며 너와 네 친구들을 위해 기도하련다. 사랑하는 명진아, 정말 장하다.

추광복(경기 고양시 일산구 백석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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