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게이츠 칼럼]「클리어 타입」기술이 뜬다

  • 입력 1999년 1월 11일 19시 25분


앞날을 내다보고 그에 따른 실행 계획을 세우는 것은 나에게 중요한 일이다. 나는 미래의 일을 미리 읽어내는 눈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어떤 기술이 언제쯤 대중화될 것인지 정확히 알아맞히지는 못한다.

80년대초 나는 제록스가 선보였던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가 컴퓨터와 인간을 연결해주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90년대 초반들어 GUI가 인기를 끌면서 예언은 적중했다. 하지만 그 시기는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몇 년 뒤에 왔다.

86년엔 CD롬 드라이브가 몇 년 안에 가장 널리 쓰이는 주변장치가 되리라고 생각했다. 그 역시 옳았지만 CD롬이 보급되는 속도에 대한 나의 판단은 조금 성급했다.

90년대초엔 양방향 네트워크가 컴퓨터와 TV, 정보가전으로 온갖 정보를 날라주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 “당신의 손가락 끝에서 정보를(Information At Your Fingertips)”이라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나는 네트워크의 형태에 대해 잘못 판단했다. 예상치 않게 인터넷이 등장해 95년부터 엄청난 네티즌을 확보하고 있다.

좀더 가까운 예를 들면 97년초 나는 15가지를 예언했다. “PC가격이 1천달러 미만으로 떨어진다”는 내용을 비롯해 이 가운데 10가지는 사실로 실현됐다. 나머지 5가지는 너무 낙관적인 예측들이었지만 난 아직도 그같은 일이 일어날 것으로 믿는다.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98년에는 “하반기 들어서면서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Digital Versatile Disk)와 디지털가입자회선(DSL·Digital Subscriber Line)이 부상한다”는 예언을 했다.

DVD가 지금쯤 폭발적 인기를 누릴 것이라는 나의 생각은 이제와 보니 너무 낙관적이었다. 현재 DVD드라이브들은 고가의 개인용 PC에 장착되거나 신기종 PC의 옵션으로 팔리고 있는 정도다. DSL은 보통의 전화선으로 방대한 디지털 정보를 실어나를 수 있는 기술로 나는 “늦어도 98년말까지는 대중화된다”고 1년전에 말했다. 그 생각 역시 성급했다.

운좋게도 가끔은 내 예언이 생각보다 훨씬 빨리 현실화되는 경우가 있다. 98년초 나는 종이위에 인쇄하는 것 만큼 선명한 화질로 텍스트를 디스플레이 위에서 볼 수 있는 기술이 5,6년뒤쯤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날은 2년이 채 안돼서 찾아올 전망이다.

몇달 전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구원들은 ‘클리어 타입(ClearType)’이라는 기술을 시연했다. 놀랄만큼 선명하게 액정표시장치(LCD)위에 문자를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이었다. 선명한 표시장치를 만들려면 하드웨어 제조기술이 먼저 발달해야 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클리어타입은 순수한 소프트웨어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노트북PC의 운영체제에 이 소프트웨어를 첨가하기만 하면 화면에서 클리어타입을 볼 수 있게 된다.

속도를 예측하기가 힘들어지면서 나는 겸손한 마음을 가지게 됐다. 올해 나는 딱 한 가지만 예언하려 한다. 올해나 올해 이후에 엄청난 소프트웨어가 출현한다는 사실이다.

구체적으로는 말할 수 없지만 전체적인 윤곽은 클리어타입 만큼 선명하게 떠오른다.

〈정리〓정영태기자〉ytce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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