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공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수컷없이 암컷들로부터 뽑아낸 염색체만 갖고 정상적인 생쥐 새끼를 출생시키는 유전공학실험이 성공단계에 이르렀다고 한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기염을 토한다. ‘사랑하는 여성끼리’ 유전자를 주고 받으면서 원하는 타입의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 때문에 이 따위 실험을 하는 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유전공학 연구는 거창한 명분들을 내세웠지만 결과는 돈으로 연결되는 것이 많았다.
▽70년대말 첫 시험관아기가 탄생할 때만 해도 이 기술은 세계적 뉴스가 될 정도로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국내 대부분의 종합병원에서도 시술이 가능할만큼 쉬워졌다. 단성생식 기술도 언제 그처럼 대중화할지 아무도 모른다. 인간이 개미나 진딧물처럼 단성생식으로 태어날 때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 혼란의 크기는 상상의 범위를 넘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인간가치의 하락이 전율할 일이다.
▽영국소설가 올더스 헉슬리는 일찍이 ‘멋진 신세계’라는 소설을 통해 과학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의 해악을 그렸다. 부모없이 태어난 아이들이 지능의 우열에 따라 할당된 역할을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삭막한 사회가 그것이다. 인류는 자꾸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 생명의 신비를 까발리면서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세기말에 나타나는 두려운 징후들이다.
이규민<논설위원〉kyu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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