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공직사회에서 호남을 비롯한 몇개 지역 사람들이 능력에 비해 소외돼 온 것은 사실이다. 통계에 따르면 지금도 고위공직자 전체의 출신지역별 배분이 형평에 맞다고는 보기 어렵다. 그러나 김대중정부 출범 이후 소위 힘있는 자리에 호남출신들이 두드러지게 배치됐고 여러 부처에서 약진한 것 또한 사실이다. 선거와 정치공방을 통해 실제 이상으로 부풀려진 점도 있지만 인사편중 시비는 지역갈등을 증폭시키고 공직사회에 냉소와 복지부동을 부른 요인의 하나로 작용해 왔다. 게다가 조직에 따라 특정고교 인맥들이 배타적으로 행세해 왔고 요즘에는 새로운 인맥이 태동하려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런 용렬한 편가르기가 사회 곳곳에 주는 폐해는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하루 빨리 시정해야 한다. 그 모범을 보여야 할 곳이 바로 공직사회다. 힘과 지혜를 모아 경제난국을 극복하고 새로운 세기를 준비해야 하는 때에 공직사회가 지연과 학연의 사슬에서 헤맨다면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다. 정부와 산하단체의 인사권자들은 김대통령의 뜻을 왜곡없이 실천해 능력 청렴성 헌신성 등의 기준에 맞게 인사를 해야 한다. 특히 시대적 요구인 개혁의 철학과 정열을 가진 인재를 적소(適所)에 기용하고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은 철저히 배제하기 바란다.
산술적 안배에 집착한 나머지 기준에 미달하는 사람까지 억지로 중용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지역에 민감한 것이 우리의 현실인 이상 안배의 필요성도 결코 경시할 수 없다. 특정지역과 학맥을 차별해서는 안되는 것처럼 또다른 이유로 역차별해서도 안된다. 인사의 성패를 가리는 중요한 기준의 하나는 조직 구성원 다수가 납득하느냐 여부다. 많은 구성원이 수긍하지 못하는 인사로는 조직이 원활히 굴러갈 수도, 국정이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도 없다.
인사 바로잡기의 관건은 부단한 점검이다. 김대통령이 장관들에게 편중인사가 없는지 점검해보라고 지시한 것은 적절하다. 그러나 점검을 장관들에게만 맡겨서는 충분하지 않다. 김대통령 자신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챙기면서 인사에 실패한 기관장은 단호히 문책할 필요가 있다. 인사왜곡의 시정은 김대통령이 공약한 지역화합과 국정개혁의 실현을 위해서도 불가결하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