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유병화/변호사 비리와 법조개혁

  • 입력 1999년 1월 13일 19시 18분


대전지역에서 또다시 법조계 비리가 터져 우리 사회 전체가 충격에 휩싸여 있다. 정부가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는 가운데 사회정의와 질서를 확립하는 중심기관에서 광범위한 비리가 발생했기 때문에 충격은 더욱 크다.

이번 사건의 근원적 배경은 우리사회의 의식과 가치관에 있는 것 같다. 올바른 양심과 정의보다는 재물과 권력에 대한 과욕이 부정과 비리를 만연시키고 있다고 본다.

▼ 사시합격자 더 늘려야 ▼

그러나 이번 법조비리의 직접적 배경을 보면 법조인력 수급의 불균형, 법조인 교육제도의 문제, 법학교육의 문제, 법률서비스의 전근대성, 법조계의 전관예우 관행 등 법조계 전반을 둘러싸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그 규모나 성격으로 보아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등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부 당국은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동시에 이러한 불행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법조계의 올바른 질서를 확립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제도개혁이며 그 중에서도 법조인력 수급에 시장경제원칙을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현재와 같이 법조인력의 공급을 무리하게 제한하면 변호사사업은 ‘구멍가게식’이 되고 법학교육기관은 ‘고시학원화’되며 경쟁을 통한 발전은 배제된다.

변호사라는 자격 하나만으로 고소득이 보장된다면 구태여 전문성을 쌓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할 필요도 없고 선배 변호사 밑에서 혹독한 과정을 거치며 일을 배울 필요도 없다. 결국 전문지식도 없고 변호사 사업의 경륜도 없기 때문에 ‘브로커’를 두게 되고 여기서 많은 비리가 파생되는 것이다.

법률서비스도 전문화 국제화를 추구하려면 구멍가게식이 아니라 회사조직의 법무법인을 통해 운영해야 한다. 그래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합리화를 통해 법조비리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변호사 20명 이상을 고용하는 법무법인 형태가 보편화되려면 현재처럼 신규채용 변호사의 봉급이 높아서는 불가능하다. 현재 활동중인 소수의 법무법인도 인건비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에 국제경쟁력이 있는 내실화를 이루기가 어렵다.

법학교육도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는 잘못된 사법시험제도에 발목을 잡혀 법과대학의 교육이 매우 부끄러운 상태다. 사법시험의 필수과목이 아니라고 해서 국제화시대에 필수적인 국제법이나 올바른 법개념 정립에 필요한 법철학을 선택과목으로 가르치는 대학도 있다. 특히 사회정의와 질서를 확립하는 법조인의 교육에는 법률지식 못지않게 인성교육이 중요한데도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대학이 고시학원화되면서도 아직도 학생의 극히 일부만이 사시에 합격할 뿐이니 변호사 수급이 정상화되지 않는 한 획기적인 법학교육의 개혁은 기대할 수 없다.

▼ 판검사 임용제 바꿀때 ▼

또 현재와 같은 판검사 임용방식과 사법연수원제도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판사 검사 변호사 후보를 모두 한곳에 모아 국가에서 똑같은 교육을 시키는 것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예산의 낭비다. 변호사 교육은 다른 선진국처럼 변호사 사무실에서 배우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변호사 경륜이 일정기간 이상된 사람 중에서 판사는 법원에서, 검사는 검찰에서 유능한 인력을 선발해 각각 필요한 교육을 시키면 효율성도 높일 수 있고 예산도 절감될 것이다. 또 임용제도를 이렇게 바꿀 경우 법조계 비리의 소지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와 함께 법조계 스스로 뼈를 깎는 개혁을 하여야 한다. 판검사 출신의 변호사에게 편의를 봐주거나 우대하는 전관예우 관행을 비롯한 각종 비리는 제도의 변경보다는 법조인 스스로의 의식개혁을 통하여 근절해야 한다. 법조계는 사회정의와 국민의 권리를 지켜주는 가장 중요한 보루다. 특히 국제화시대에 대외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나 국민의 신뢰회복을 위해서는 젊고 유능한 법조인들의 참신하고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이번 변호사 비리사건을 계기로 법조계가 참 개혁을 추진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

유병화(고려대 법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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