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가 최근 새만금 지구에 대해 민관 합동의 환경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히자 농림부와 환경부는 몹시 불쾌해 했다. 환경조사에 반대해서가 아니라 자신들과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기자회견 20분전에 발표문을 팩시밀리로 보내온 게 전부”라며 “전북도가 행정절차를 무시한 채 월권을 했다”고 성토했다. 또다른 간부는 “유종근(柳鍾根)지사는 자신이 장관인줄 착각하는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감정이 나빠진 탓인지 환경조사에 협조하는 게 영 내키지 않는 모습이었다.
김성훈(金成勳) 농림부장관은 공사중단 검토 방침을 밝히면서 ‘전북도가 정식으로 공사 중단을 건의해올 경우’라는 조건을 달았다. 시공업체인 농진공은 농림부의 별도 지침이 없는 한 예정대로 공사를 강행할 태세다.
새만금 사업에 대한 정책결정은 늘 이런 식이다. 한쪽에서 대책을 제시하면 다른 기관들은 합심해 발목잡기에 바쁘다.
주무부처와의 사전 협의없이 ‘한건 올리기’에 급급한 전북도나 지방자치단체의 ‘의욕 과잉’을 못참는 농림부나 딱하기는 마찬가지다.새만금 간척지가 진퇴양난의 ‘진흙탕’에 빠지게 된 데는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5공과 6공은 호남 배려라는 정치적 명분에 솔깃해 새만금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당시 야당이던 현 집권층은 장밋빛 지역개발 공약에 현혹돼 이를 부채질했다.
91년 새만금호 첫 공사가 시작된 지9년만에자칫‘제2의시화호’로전락하는것아니냐는 우려가 높지만책임을지겠다는정치인이나 정책 결정자는 찾아볼 수없다.이상황에서관계기관들은중구난방일뿐이니한심하다.
박원재<경제부>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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