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땅덩이가 워낙 넓기 때문에 의원들은 충실한 의정활동을 위해서는 부득이 수도 워싱턴에 거처를 마련해야 한다. 의원들은 ‘캐피털 힐’이라고 불리는 의사당까지 걷거나 전철을 타고 출근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아파트를 선호한다. 임대료는 보통 방 한칸짜리가 월 1천달러(약 1백20만원) 전후.올해만 하더라도 상원에 8명, 하원에 40명의 초선의원이 등장했다. 이들과 함께 보통 의원당 10명이 넘는 보좌관까지 경쟁에 가세하기 때문에 아파트 구하기가 선거에 이기기보다 더 어렵다는 엄살이 실감이 난다. 심지어 하원의장까지 아파트 구하기 전쟁을 치러야 한다. 비록 권력서열 3위이기는 하지만 공관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가 끝난 직후부터 아파트를 알아본 의원 가운데 일부는 운좋게 캐피털 힐에서 한두 블록 떨어진 3가나 D가에 있는 아파트를 차지했다.
그러나 정보가 빠른 현역의원들이 거리와 가격조건이 좋은 아파트가 나오면 잽싸게 가로채기 때문에 초선의원은 의사당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뒤져야만 한다. 그런데도 국회가 개원한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덕 오제(캘리포니아주)의원처럼 아파트를 구하지 못해 호텔신세를 지고 있는 사람이 적지않다. 뉴저지출신의 러시 홀트의원은 아예 아파트 구하기를 포기하고 지역구인 트렌턴에서 오전 6시에 출발하는 기차로 의사당에 출근한다.
이에 비하면 정계를 은퇴한 전임자로부터 지역구는 물론 월 9백달러짜리 임대아파트까지 물려받은 코네티컷주 출신의 존 라슨의원은 억세게 운이 좋은 경우.
아파트 구하기가 힘들지만 미 의원들이 워싱턴에 집을 사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임기가 2년인 초선 하원의원은 언제 선거에서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대부분 임대아파트를 찾을 수밖에 없어 2년마다 북새통이 되풀이된다.
홍은택<워싱턴특파원> euntack@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