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대모/실업대책 효율성 높이려면…

  • 입력 1999년 1월 14일 19시 10분


올해에는 실업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상반기 중에는 계절적 요인이 겹쳐 새로운 대졸자들의 노동시장진입과 5대그룹의 본격적인 구조조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실업자가 2백만명에 이르고 실업률도 8%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이러한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금년에는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 고용안정 인프라 시급

실업대책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게 마련이며 그 비용은 결국 국민 모두가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의 다른 정책과 마찬가지로 실업대책도 효율성의 원칙에 따라 추진해야 한다. 즉, 모든 낭비적 요소를 철저하게 제거하고 가급적이면 생산적인 사업을 추진해야 하며 소비적 사업을 추진할 경우에도 이것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저해 또는 위축시키지 않도록 운영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금년도 실업대책 예산으로 약 8조원을 책정해 놓고 있다. 이 돈은 실업자 한 사람에게 매달 80만원씩 지급할 경우 1백만명의 실업자에게 10개월동안지급할수 있는 규모이다. 만약 금년도 실업대책이 이 정도의 성과도 거두지 못한다면 정부는 또 다시 실업대책을 비효율적으로 운영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효율적 실업대책이란 실업자들이 각자의 특성에 따라 그에 적합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직업상담 적성검사 등을 통하여 개별실업자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실업자들을 특성별로 분류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노동시장에 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 분석해 수요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전자를 위해서는 취업알선센터 등 직업안정조직의 확충이 필요하며 후자를 위해서는 노동시장 정보체계의 확립이 필요하다. 요컨대 ‘고용안정인프라’의 구축이 시급한 것이다.

실업대책 자체의 효율성은 사업별효율성과 종합적 효율성으로 구분하여 생각할수 있다.

사업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각 사업의 수립단계에서 시행단계에 이르기까지 점검, 평가해 시정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작년의 경험에 비춰 보면 바로 이러한 평가장치가 미비했기 때문에 실업대책이 낭비적이고 왜곡되게 운영된 사례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도 뒤늦게나마 이 점을 인식하여 작년말 한국노동연구원 안에 실업대책모니터링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고 본다. 좀 더 본질적으로 실업대책의 행정전달체계를 강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 3D업종-농촌 관심을

또 실업대책의 종합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른바 시스템접근이 필요하다. 즉, 실업대책을 사업별 부처별로 따로 따로 운영할 것이 아니라 서로 연관성 있는 사업들을 묶어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해야 한다. 예컨대 취업알선과 직업훈련을 서로 긴밀하게 연계시켜 운영하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실업급여사업과 공공근로사업도 연계운영해야만 중복과 낭비를 피할 수 있다. 또한 고용안정사업이나 고용창출사업은 중소기업지원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들 사업도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스템 접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실업대책을 실질적으로 총괄할 수 있는 강력한 기구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실업대책의 기본방향과 관련해 하나만 더 제언하고자 한다. 우리 경제의 이른바 3D업종이나 농촌부문에서는 일손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방대한 빈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한편에서는 실업이 급증하고 있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일손이 부족하다는 것은 분명히 모순된 현상이며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실업자들을 3D업종이나 농촌부문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물론 적절한 지원이 필요할 것이며 일부에서는 이러한 지원이 시장원리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구조조정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비상시의 실업대책이란 그 대부분이 본질적으로 시장원리에는 어긋날 수밖에 없다. 실업자들에게 소비적인 실업급여를 지급하거나 비생산적인 공공근로사업에 참여시키는 것보다는 3D업종이나 농촌부문에서나마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 분명히 더 생산적인 실업대책이라고 본다.

김대모(중앙대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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