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징후가 나타난 금융기관의 부실경영과 외환관리의 맹점 등을 발견하지 못해 우리나라 경제가 IMF의 관리체제로 들어가는 아픔을 맛보아야 했다. 그후 우리 사회는 도산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실업률이 계속 높아짐으로써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이 책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사전에 적발하지 못하고 성수대교 붕괴 등 대형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점에 대해서도 뼈저리게 반성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우리 사회에는 IMF사태에 대한 책임을 놓고 ‘네탓’이라는 목소리만 드높았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일은 드물었다. 이런 점에서 감사원의 참회록은 1천3백39쪽에 달하는 방대한 책자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신선한 느낌을 던져준다.
감사원은 특히 반성에만 그치지 않고 유사한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교훈으로 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런 감사원의 반성을 보면서 경제청문회를 둘러싸고 지루한 정치공방만 거듭하고 있는 정치권이 생각났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네탓’공방을 바로 끝내고 비리 폭로보다는 정책을 따지는 생산적인 청문회를 하기로 합의해야 한다. 정치권이 소모적인 정쟁으로 날을 지새운 점도 IMF를 맞는데 일조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영훈<정치부>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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