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마이클 조던과 NBA

  • 입력 1999년 1월 14일 19시 10분


마이클 조던의 은퇴는 스포츠 스타들의 퇴장이 늘 그렇듯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긴다. 더구나 그의 기량은 아직 녹슬지 않았으며 몇년은 더 뛸 수 있는 나이가 아닌가. 그는 평소 “정상에 있을 때 코트를 떠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이번 결정은 20세기 말을 장식한 ‘농구황제’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만에 하나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용단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농구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렸다. 경제적으로도 3천만달러가 넘는 연봉 외에 광고출연료만 통산 4억8백만달러를 벌어 미국 제일의 스포츠재벌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가 얻은 모든 ‘부’와 ‘명예’는 미국 프로스포츠의 주도면밀한 마케팅 전략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인지 모른다. 선수로서의 상품가치를 최대한 높인 다음 광고모델 등 다른 상업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조던의 은퇴로 미국 NBA농구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스포츠에서 영원한 스타는 존재할 수 없다. 조만간 새로운 스타가 나타나 그 자리를 메워나갈 게 분명하다. NBA의 강점은 넓은 시장이다. 유럽 아시아 심지어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중동국가에서까지 NBA농구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리 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NBA는 할리우드영화와 마찬가지로 외국에서 절대 손해보는 법이 없다. TV중계료와 로열티, 광고모델료로 꼬박꼬박 수익을 챙겨간다. 우리 스포츠 현실은 어떤가. 프로농구가 출범한지 3년째지만 NBA의 ‘고품질’경기에 눈이 높아진 팬들은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최고 인기스포츠라는 프로야구마저 미국이나 일본 프로야구의 위세에 밀리고 있다. 거대한 외국 공룡에게 시장을 점령당하기 전에 빨리 생존전략을 짜내야 한다.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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