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총리 사과 이후

  • 입력 1999년 1월 15일 19시 21분


정국경색을 부른 국회 529호실 사건에 대해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대통령을 대신해’ 유감을 표명했다. 김총리는 정치사찰 유무에 대해서는 야당과 시각을 달리했으나 “결과적으로 의원들이 걱정하는 일이 있다면 진정으로 송구스럽다”며 사실상 시정과 재발방지도 약속했다.

보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부 나름의 성의가 담긴 사과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교착정국을 대화국면으로 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마침 야당에서 새로운 원내총무도 선출됐으니 여야는 대화를 본격화하기 바란다.

야당은 김총리 발언을 ‘언어의 유희’라고 평가절하하면서 대통령의 사과와 안기부장 파면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물론 야당이 총리 발언만으로 기존 주장을 전면철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18일의 수원집회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에서 어느 한쪽의 완전굴복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야당 내부에도 김총리 발언을 긍정적으로 보는 기류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보기에도 김총리 사과는 야당의 정치적 승리라고 할 만하다. 문제를 대화로 푸는 일에 야당도 협조해야 마땅하다.

더구나 여권은 529호실 강제진입 의원들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와 출국금지 해제를 검토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여당은 야당을 더 이상 몰아세우지 말고 포용자세를 더욱 분명히 보여야 한다.

그런 바탕에서 여야는 사찰의혹 소지를 없애기 위한 제도개선으로 ‘529호실 정국’을 마무리했으면 한다. 의사당내 행정부 파견관실을 일괄점검해 문제가 있다면 고치자는 3당 수석부총무 합의도 좋은 방법이다.

논란의 한 요인이 됐던 안기부법 미비도 차제에 보완해야 한다. 강제진입은 불법이지만 의사당 안에서 정치적 이유로 벌어진 일이니 검찰도 국회의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여당이 ‘야당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20일 이후로 연기했던 경제청문회를 18일로 앞당겨 단독개최하기로 한 것도 재고하기 바란다. 거듭 지적하지만 단독 청문회는 명분에도 맞지 않고 소기의 성과도 거두기 어렵다.

김총리도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 직접증언에 반대하고 나섰으니 타협여지가 조금이나마 생긴 셈이다. 청문회가 약간 늦어지더라도 여당은 야당을 설득해 여야공동 청문회로 가야 한다. 야당 또한 협상을 사실상 거부만 할 것이 아니라 절충에 성실히 임해야 옳다. 청문회는 지난해 11월 여야총재회담의 합의사항이다.

여야는 소모적 정치공방을 이쯤에서 끝내고 대화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여야총재회담을 다시 여는 방안도 고려해 봄 직하다. 안팎의 어려움이 산적한 마당에 여야가 무한정 대치만 해서는 안된다. 더 이상의 대립은 국가현실에도 맞지 않고 여야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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