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병기/재경부 관료들의 「오만」

  • 입력 1999년 1월 17일 19시 11분


‘닫혀 있는 엘리티즘’의 한계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동아일보 ‘클린 21팀’은 전직 고위 공무원들의 유관기관 재취업 실태(본보 16일자 1면)를 취재하면서 많은 전현직 관리들을 만났다. 대부분 협조적이었다. 일부 관리들은 유관기관 재취업이 가져올 수 있는 폐해를 시인하고 함께 걱정해 주기도 했다.

그러나 재정경제부는 조금 달랐다. 많은 재경부 사람들은 전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한마디로 ‘우수한 관리가 퇴직후 산하단체나 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을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보지말라’는 것이었다. 그들의 말이다.

“우리만큼 경쟁력과 애국심이 있는 부처가 있는가.”

“우리가 산하단체나 유관기관으로 옮기면 그 단체에 도움이 된다.”

“우리 사회에 1등을 질시하는 경향이 있다면 그것이 문제다.”

재경부 사람들의 이런 항변 속에는 전문 관료로서의 자부심이 담겨있어서 듣기에 좋았다. 가슴 한 켠에서는 ‘저 정도 자신감이 있으니까 그동안 근대화의 견인차 역할을 했겠지’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을 보면서 지금도 밤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고 있는 정부 과천 청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취재팀은 한편으로 그들에게서 ‘닫힌 엘리티즘’의 오만과 고루의 냄새를 짙게 느꼈다. 세상은 변했는데 재경부만 과거의 성취와 권위 속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재경부로서도 할 말이 있겠지만 IMF관리체제를 불러온 데 대한 정부부처의 1차적인 책임은 국제금융환경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던 재경부에 있다는 것이 보편적인 시각 아닌가.

재경부 관리들이 정말로 경쟁력이 있다면 퇴직후의 장래를 낙하산 인사와 전관예우 관행에 의지할 필요가 없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이병기<사회부>watch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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