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열차비행기등에서의 금연조치 확대로 애연가들이 설 땅이 줄어드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지만 일본은 이 점에서만은 ‘사오정의 나라’다.
고속열차 신칸센(新幹線) 객실에는 여전히 흡연칸이 남아 있어 신사 숙녀 가릴 것 없이 줄기차게 담배를 피워댄다.
일본에서 국내선 항공기 내 전면 금연이 실시된 것은 겨우 지난해 가을. 담배제조업체들이 벌떼같이 일어나 “항공사 처사가 지나치다”고 항의했지만 별로 이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전총리는 널리 알려진 ‘체인 스모커’. 그는 국회에 출석해서도 답변이 끝나기가 무섭게 휴게실로 달려가 줄담배를 피운다. 가끔 언론이 이 모습을 잡아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할 총리가 흡연을 조장한다”고 비난해도 그는 “담배없이는 못산다”며 태연자약했다 .
정부는 한술 더 떠 최근 빚더미에 앉아 있는 국철(國鐵)의 부채를 담배세의 일부를 떼내 갚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외국 같으면 ‘정신 나간 소리’라는 얘기를 듣겠지만 반대 목소리가 크지 않다.
“식탁에서 맞담배질하는 딸을 뭐라고 나무라야 되느냐”고 한탄하는 사람들도 흔하다.
대도시 중심가나 공공장소에서 담배꽁초가 자꾸 버려지자 도쿄도 등 일부 지자체는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에게 수만엔의 벌금을 물릴 수 있는 조례를 정했지만 애연가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런 일본에서 최근 조그만 ‘반란’이 일어났다. 30∼50년 담배를 피워온 7명이 국가와 담배업체를 상대로 1인당 1천만엔의 손해배상과 사과광고를 요구하는 소송을 도쿄지법에 냈다. 끽연의 유해성을 알면서도 유효한 대책을 세우지 않았으므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
이들은 지난해 11월 필립모리스 등 미국의 4개 담배업체가 8개 주정부에 천문학적 돈을 지불키로 한 일을 상기시키며 승소를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거리를 활보하는 일본인들은 지금도 보란 듯이 담배연기를 뿜어대고 있다.
윤상삼<됴쿄 특파원>yoon33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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