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60년, 미국은 73년에 각각 직업군인제로 전환했다.
구소련 붕괴와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의 공동방위체제인 바르샤바체제가 사라지면서 서유럽 국가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급속히 줄어들면서 대규모 병력을 유지할 필요성이 줄었다. 소규모의 병력만으로도 국가방위가 가능하게 됐다.
자국이나 바로 인접국의 방위가 아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엔평화유지군 활동을 위한 ‘원정’ 목적으로 의무병을 모집하는 것에 대한 국민의 지원이나 명분도 줄어들었다.
실제로 서유럽 국가 군대의 활동은 97년 여름 대홍수 발생시 독일군의 활동처럼 대규모 자연재난이 발생했을 경우의 재난구조 활동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자국 방어가 아닌 NATO 영토 외의 지역에서 군사활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병력의 규모 등이 군병력규모 결정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
의무병제 축소의 두번째 요인은 군사훈련 문제. 냉전이후 몇몇 국가에서는 정치적 압력으로 군복무기간을 차츰 단축하게 됐다. 군복무기간 단축에 따라 군대에서 필요한 훈련을 받을 기간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복무기간은 불과 10개월.
그런데 이 정도 기간만으로는 첨단무기와 군사장비를 다루는 데 필요한 훈련을 할 수가 없다. 차츰 무기 기술이 복잡해지면서 오랜 기간 훈련을 받은 병사들이 필요해졌기 때문에 단기 의무징집병의 숫자를 줄이고 장기간 복무할 수 있는 직업군인의 수요가 늘어나게 됐다.
특히 유엔이나 NATO의 평화유지군으로 군함을 타고 출병하는 병력의 경우 장기간의 복무와 오랜 기간의 준비가 필요해 징집병으로는 대처하기 곤란하다.
냉전후 징병제를 처음 철폐한 나라는 벨기에. 94년 병력규모를 4만4천5백명으로 50% 줄였다. 그후 네덜란드(97년)가 징병제를 철폐했으며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2003년까지 징병제를 없애기로 했다.
1793년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근대 징병제도를 도입했던 프랑스는 96년2월 2002년까지 직업군인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91년 걸프전이 큰 계기가 됐다. 당시 프랑스가 파견한 병력은 영국에 비해 많았으나 정예병력이 부족해 영국에 비해 전력이 크게 뒤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유럽 각국의 의무병제 폐지가 순탄치만은 않다. 프랑스는 13만명 이상을 직업군인으로 교체하는 데 따른 비용이 걸림돌이다. 러시아와 근접한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지리적 특성상 징집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탈리아는 보건 사회복지 교육부문에 필요한 공익요원 6만여명을 의무 군복무대상자로 충당하고 있어 40% 가량의 의무 징집병이 필요하다.
독일은 98년 현재 총병력 33만3천5백명중 13만7천5백명을 징집병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재난구조 활동에 필요한 인력충원을 위해 앞으로 10년간 9만∼9만5천명을 추가 징집할 계획이다.
〈정리〓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