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각제, 당사자가 풀어라

  • 입력 1999년 1월 19일 19시 24분


의원내각제 개헌문제로 나라가 뒤숭숭하다. 자민련이 대전집회를 통해 연내개헌을 강력히 요구하자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나서서 개헌연기론을 폈다. 공동정권의 내부갈등이 심각하게 표출된 것이다. 그 후 양측은 논쟁을 자제하기로 했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도 다시 만났지만 공동정권의 알력은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 이런 불확실 요인은 정권뿐만 아니라 제반 분야의 안정과 투명화를 위해서도 빨리 정리돼야 한다.

이 모든 문제는 내각제 개헌을 금년 말까지 완료키로 한다는 DJP합의에서 비롯됐다. 97년 11월 DJP합의 당시 본란은 내각제 그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사와 관계없이 권력 나눠갖기와 집권을 위한 정략적 방편으로 내각제 개헌을 들고 나오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우리의 그런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당시 본란은 특히 개헌논쟁으로 집권 초기부터 정치 경제 사회에 혼란을 가져오고 국정이 표류할 것을 우려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려 하고 있다.

정치지도자들이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은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 정치적 신의가 공동정권의 도덕적 기반이라는 김총리의 지적은 백번 옳다. 만약 이 약속이 파기된다면 공동정권은 정치적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회의측은 DJP합의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편입 이전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IMF체제 편입이라는 상황변화가 있는 지금은 그것을 지키기 어렵다고도 말하지만 이런 주장은 군색하다. 집권에 모든 것을 걸었던 두 사람이 IMF 이후라고 해서 그런 합의를 안 했을 리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기에 개헌논란에 휘말리면 경제회복과 개혁추진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국민회의측 우려에도 일리는 있다. 공동정부의 국정개혁은 이제 겨우 첫 단추를 끼웠을 뿐이고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자는 1백6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국가적 과제의 해결은 개헌논의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국민회의측 논리다. 개헌문제에는 이렇게 정치적 신의와 국가적 현실이라는 무거운 두 명제가 동시에 걸려 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약속은 지켜야 하지만 내각제 개헌에는 반대한다’는 이율배반적 반응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문제를 풀어야 하고 또 풀 수 있는 사람은 DJP합의 당사자인 김대통령과 김총리다. 두 사람은 빠른 시일 내에 지혜로운 결론을 내서 정치권과 경제계의 불안을 없애야 한다. 지금처럼 두 사람이 밀실에서 무슨 대화를 하는지는 가려지고 아랫사람들만 힘겨루기의 대리전을 벌이는 양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풀어나가겠다던 김대통령의 다짐이 이행돼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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