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용등급 올랐지만…

  • 입력 1999년 1월 20일 19시 13분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이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13개월만에 투자적격 수준으로 상향조정됐다. 유럽 최대이자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영국계 피치IBCA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에서 투자적격으로 한 등급 올린 것이다.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S&P사도 조만간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리라는 보도다. 이는 우리의 외환위기 극복노력과 그 성과를 국제사회가 공식 인정했음을 뜻한다. 지난 1년여 환란(換亂)의 고통에서 신음해 온 우리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의 한국에 대한 투자적격 평가의 의미는 크다. 비록 투자부적격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단계이긴 하지만 한국경제에 미칠 긍정적 파급효과는 기대 이상일 수 있다. 우선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해외차입 여건이 개선되고 외국투자자들의 한국에 대한 투자도 크게 늘 것이다. 국내금리의 하향안정에 도움을 주어 기업활동과 투자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경제회생에 대한 자신감의 회복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그러나 엄밀히 얘기해 국제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은 한국에 투자해도 돈을 떼일 염려가 크게 줄었다는 것을 국제금융시장에 공식 선언한 것일 뿐이다. 피치IBCA도 이점을 강조했다. 한국이 외환부문에서는 안정을 회복했지만 브라질사태와 같은 대외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경제체질을 갖추는 일은 지금부터라는 충고를 곁들이고 있다. 한마디로 구조개혁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우리는 이제 겨우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을 뿐이다. 긴장을 풀어서는 안된다.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외자유입이 크게 늘고 자본조달이 용이해질 경우 도덕적 심리적 해이현상이 다시 나타나 구조개혁이 지연될 수 있고 또 원화가치 강세로 이어져 수출경쟁력 하락과 과소비를 부를 우려도 있다.

우리의 대응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대내적으로는 구조조정의 성공적인 마무리이고 대외적으로는 급변하는 대외여건 변화에 대한 대비책의 마련이다. 지금까지의 구조개혁은 큰 방향과 밑그림을 그렸을 뿐이며 이제부터 그 내실을 다져야 한다. 국제금융시장동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단기자본 흐름의 반전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한 외환조기경보체제 및 위험관리체제의 도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유로화(貨) 등장에 따른 미국 일본 유럽의 역학관계 변화와 환위험 증폭 가능성에 대비한 외화표시 자산운용의 다양화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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