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갓 서른을 넘긴 노희경에게 아직 그런 상찬은 이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과 두세편의 ‘습작’을 거쳐 MBC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과 지난해 KBS ‘거짓말’에서 명징하다 못해 등골이 오싹해지는 대사와 이리저리 얽힌 30대의 사랑을 요란스럽지않게 풀어낸 그가 이달말 들고나올 작품도 그리만만치 않다.
MBC가 27일부터 방영하는 수목드라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많은 시청자는 노희경이 ‘거짓말’에서 보여준 컬트풍의 내레티브를 기대하겠지만 그의 대답은 의외다.
“다양한 인생을 담을 거예요. 사랑과 돈 사이에 방황하는 젊음과 인생이 지겨워지기 시작한 중년, 서민층의 이야기는 드라마 습작기부터 애착을 느끼는 소재이기도 하구요.”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에서 생략된 목적어는 ‘서로’가 아니라 ‘우리의 인생을’이란다. 그만큼 화려하거나 원색적인 감정보다는 진지하면서도 짙은 흑백의 콘트라스트가 더 어울릴 작품으로 그려내고 싶다는 것. 그래서 이번 작품의 시청률에는 ‘진심으로’ 신경쓰지 않는단다. “주시청자층은 20대후반 이상일 것”이라며 아예 10대 트렌디류와는 거리를 분명히했다.
물론 그녀만의 소름끼치는 대사―예를 들어 ‘거짓말’에서 연하의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면서 “이곳(성당)에서는 어떤 말을 해도 그 죄를 묻지않는다며? 너를 사랑한다, 아멘.”―는 어느정도 윤색돼 터져나온다. 비열한 ‘게장수’ 재호로 등장하는 배용준이 연상의 김혜수, 재벌의 딸 윤손하와 나누는 대화가 특히 그렇다.
노희경은 드라마 속에서 ‘공중유영’할 정도로 작품에 빠지는 게 행복하단다. ‘세상에서…’부터 이번 작품까지 호흡을 맞춰 온 박종PD가 전하는 그의 괴벽 한가지. 집필실에 대본 속의 등장인물 사진을 모두 붙여놓고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안녕 재호야. 잘 잤니. 오늘 기분은 어때? 인상좀 펴 봐!”하는 식이다. 꼭 그럴 필요까지 있느냐니까 대답이 걸작이다. “가끔은 재호하고 결혼도 하는데요, 뭘….”
〈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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