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향기]이성부 「야간 산행-아들에게」

  • 입력 1999년 1월 21일 19시 30분


큰 산에서 돌아와

책상머리에 앉으면

문득 솔바람소리 함께 따라와서

내 종이 위를 굴러떨어진다

그러므로 산행일기를 쓰는 밤에는 귀가 잘 트여

먼 나라 네 숨결소리마저 들리느니

너무 많이 쏟아지던 별들

배낭 가득히 담아 와서

내 방에 헤쳐놓은 때문인가

눈 새로 떠

먼 나라 어디쯤 달음박질치는

네 모습 더 잘 보이느니

근심걱정 오가는 구름처럼

언제나 우리 마음에 떠 있어도

부질없다 부질없다고 가르치던 밤 산

백지 위에 넘치는 이 살찐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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