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하귀연/이민을 떠나면서

  • 입력 1999년 1월 24일 18시 34분


캐나다 이민을 앞두고 그 동안의 삶을 되돌아보니 온통 후회 투성이인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고 경주 친정집까지 가는 동안 나의 뇌리에는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올랐습니다.

무엇보다 맏딸이면서도 제대로 도리를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립니다. 지난해 여름 휴가 때 “세 아이들의 교육 때문에 캐나다로 이민가려고 한다”고 말씀드릴 때는 차마 말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의 충격은 헤아리지 않은 사실상 일방적인 통고였죠.

한국에서의 36년. 아쉬움 많은 세월이었지만 훌훌 털고나니 오히려 담담해지는 것 같습니다.

다만 우리를 떠나보내고 두 분이 쓸쓸해하실 것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그렇지만 너무 걱정마세요. 이 딸은 토론토에서 진지하고 성실한 새 삶을 살아보려고 마음 속으로 다짐합니다.

“아버지, 사랑해요.” 그동안 제가 한번도 하지못했던 말입니다. 어버지, 빨리 건강을 회복하셔서 오래 오래 사시길 기도합니다.

하귀연(인천 남동구 만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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