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성희/「南女北男」의 금강산 만남

  • 입력 1999년 1월 24일 20시 09분


금강산 관광선인 금강호에서 20일부터 3박4일간 열린 제3차 노사정 합동연수회는 지난 번과 다른 특징이 있었다. 1백67명의 참석자중 절반이상이 젊은 여성 근로자였다는 점.

첫날 다소 긴장된 모습이었던 여성근로자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젊은이 특유의 발랄함과 자유분방한 행동으로 북한 안내인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기념비 앞에서 ‘V자’를 그려보이거나 우스꽝스러운 포즈로 사진을 찍던 여성근로자들은 북측 안내원들의제지를받자 “아저씨도같이 찍어요” 하면서 팔짱을 끼었다.

북측 안내원들은 “남조선 처녀들은 다 저렇습네까” 하면서 어이없어 했지만 기분나쁜 표정은 아니었다.

북한측 안내원들은 “금강산 관광이 어떻습네까” “많이 힘듭네까”라며 말을 먼저 붙이기도 했다.

우리측 안내원들은 북측 안내원과 경비병들이 이렇게 친절하고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본적이 없다고 귀띔했다.

여성 근로자들은 출입국심사를 할 때도 북측 남성들에게 다가가 서슴없이 대했다. 출국 심사를 하고있던 북한관리에게 “저 예뻐요?”하고 말을 붙이자 순간 당황하다가 “별로입네다”라고 대답해 한바탕 웃음이 일었다.

출국 심사를 마친 한 여성이 구입한 술병이 깨졌다며 북한관리에게 반환을 요구하자 다시 매점으로 안내해 들어가 바꿔주기도 했다.

알려진대로 북한은 우리측 남성 관광객들이 여성 안내원들에게 ‘짓궂게’ 구는 바람에 안내원을 여성에서 남성으로 교체했다.

그러나 우리측에서 젊은 여성관광객들이 대거 몰려가 남성 안내원들을 친구나 가족처럼 대하며 장난을 쳐대자 적이 당혹한 모습이었다.

노사건, 남북이건, 남녀건, 사람들이 만나고 부닥쳐야 서로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한 자리였다.

정성희<국제부>sh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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