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OC 개혁할 때

  • 입력 1999년 1월 25일 19시 16분


뇌물스캔들에 연루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 6명이 IOC에서 축출됐다. 이미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3명의 위원을 포함하면 이번 사건으로 모두 9명이 IOC를 떠나게 됐다. 지난해 12월 스위스의 마르크 호들러 IOC위원이 “올림픽을 돈을 주고 유치하는 일이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고 폭로한 이후 IOC가 자체 조사를 거쳐 내린 결정이다. IOC는 파문을 최소화하려는 듯 발빠르게 움직인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조사과정에서 뇌물공세와 성스캔들 등 올림픽 유치를 둘러싼 추악한 뒷면이 그대로 드러나 올림픽의 순수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

이번 결정은 문제를 야기한 IOC위원들이 더 이상 올림픽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해야한다는 점에서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사태는 이 정도로 수습될 것 같지 않다. 뇌물을 주고 2002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것으로 드러난 미국의 솔트레이크시티는 과연 올림픽을 개최할 자격이 있는가. 유치도시의 불공정 경쟁을 묵인할 경우 또다른 부정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개최도시를 변경해야 한다는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과거 올림픽 유치경쟁을 벌이다 탈락한 도시들이 IOC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중인 것도 사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솔트레이크시티와 함께 유치경쟁을 벌였던 캐나다의 퀘벡은 시민들의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IOC가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일파만파로 번지는 파문에 대해 IOC가 내놓은 대책은 이렇다 할 게 없다. 2008년부터 개최지 결정방식을 바꾸겠다는 정도가 고작이다.

IOC집행부는 이번 파문이 IOC 내부의 앵글로색슨계 위원과 라틴계의 고질적인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사활을 걸다시피 하는 올림픽 유치경쟁은 기본적으로 올림픽의 경제효과에 눈독을 들이기 때문이다. 이는 올림픽이 이윤추구를 위한 이벤트로 변질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개최지 결정방식을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는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는 IOC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뼈를 깎는 개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올림픽의 상업화는 전부터 경계의 대상이었으나 외형과 규모를 늘리는 데 매달린 나머지 개선 노력에는 소홀했다. 현 단계에서 가장 급한 것은 아마추어리즘의 회복이다. IOC는 이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물론 IOC위원 개개인의 도덕성에 대한 검증과 현 집행부에 대한 개편작업도 필요하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올림픽에서 상업적인 요소를 배제해 나가는 일이다. 이번 스캔들로 IOC 위상은 바닥까지 추락했다. IOC의 새로운 출발을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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