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집회에서 야당의 한 지도급 인사는 “연말까지 경제가 호전되면 손가락에 불을 붙이겠다”고 말했다. 경제파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야당으로서 적절치 못한 발언이다. 현지출신 중견의원은 “3·15부정선거와 군사정부를 무너뜨린 여러분이 궐기해달라”고 소리를 높였다. 위험한 발상이다. 몇몇 참석자는 왜곡된 통계까지 들먹이며 현지경제의 어려움을 특정지역만의 문제인 양 과장했다. 무책임한 처사다.
그러잖아도 최근 영남에서는 악성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다. 대부분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그런 근거없는 소문을 만들고 유포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죄악이며 현지주민에 대한 모욕이다. 하물며 정치권이 그것을 부추기고 부풀려서 어쩌자는 것인가. 지역감정을 조장하거나 그에 편승해서 인기를 얻으려는 정치행태로는 다수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야당은 자제해야 마땅하다. 이미 계획한 다른 장외집회도 중단하기 바란다. 따질 것이 있으면 국회에서 따져야 한다. 야당 스스로 임시국회를 소집해놓지 않았는가.
그러나 문제발언을 했던 야당 인사들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하는 검찰의 태도는 잘못이다. 그것은 진정한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국회 529호실 사건에서도 검찰은 성급하게 손을 댔다가 결국 흐지부지하고 있지 않은가. 법적 조치는 사태를 개선하지도 못하면서 자칫 긁어 부스럼만 만들 우려가 많다. 정부여당은 법률만능의 경직된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이번 일은 정치적으로 풀고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심판에 맡기는 것이 현명하다.
정부여당은 영남 민심이 왜 이 지경이 됐는가를 심각하게 자성해야 한다. 거짓 소문마저 사실인 양 받아들여지는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게 마련이다. 정권교체에 따른 박탈감도 작용하겠지만 편중인사 시비, 편파사정 문제, 529호실 사건, 경제시책의 결과 등이 이런 사태를 부른 기본요인이라는 점을 정부여당은 인정해야 옳다. 그런 바탕에서 영남 민심을 정확히 헤아리고 잘못은 과감히 고쳐야 한다. 지역갈등을 이대로 두고는 김대중정부가 성공하기도, 우리가 21세기를 희망으로 맞기도 어렵다. 지역화합을 위한 획기적 조치가 시급하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