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몇장 남았어?”“나도 할게. 내 카드도 돌려라.”
두 아이와 ‘할머니 뽑기’ 놀이를 하고 있는데 남편이 돌아왔다. 저녁상을 받기도 전에 양복을 벗고 달려든다.
“아빠, 빨리 내 카드 뽑아가.”
“할머니!” 아빠가 카드를 뽑자마자 혜연이가 소리쳤다. 자기가 이겼다는 신호다. 그러면 나와 남편 그리고 상준이는 바닥에 나란히 손등을 포갠다.
방학을 한 뒤 ‘집안에서만 아웅다웅하는 남매를 위해 뭔가를 해야 하는데’하고 고민하던 차에 빌 게이츠가 어렸을 때 할머니와 매일 카드놀이를 했다는 것과 카드놀이가 아이들의 사고력 개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났다. 그래서 장을 보고 오는 길에 카드 한벌과 게임책을 한권 사와 아이들에게 보도록 했던 것이다.
‘상준이가 초등학교 때부터 노름을 배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도 했었다. 그러나 저녁식사 후에 식구들이 TV를 향해 일렬로 묵묵히 앉아있기만 하다가 동그랗게 앉아 함박웃음을 터뜨리게 된 것만 해도 나의 아이디어가 성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따금씩 카드놀이에 몰두하고 있는 상준이를 물꾸러미 쳐다보면서 빌 게이츠가 거기에 앉아 있는 것으로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김원규(PSA자녀성공어머니스쿨원장·02―538―7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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