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합병키로 한 LG반도체의 경우 빅딜에 반대하는 직원 5천여명이 사표를 제출해 생산활동이 중단됐다. 하루 생산손실액이 1백50억원에 육박하고 정밀기기들이 손상을 받고 있다고 한다. 더욱 두려운 일은 LG가 차지하고 있던 세계시장의 7.5%를 다른 나라 기업들이 메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국제 반도체경기가 호황에 들어서는 해로 전망되는 올해 멀쩡하던 국내 회사가 생산을 중단한 현실은 원인이 어디에 있든 보통 문제가 아니다. 현대와 LG는 하루 속히 합병에 따른 협상을 마무리해 상황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특히 인수기업인 현대가 서둘러야 할 책임이 더 크다.
대우전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빅딜반대 단체행동이 계속되면서 회사 안에서 이미 경영진의 역할을 찾아보기 어렵게 된 상태다. 그 여파로 생산손실이 6백억원 이상 발생했지만 더 큰 문제는 힘겨운 국제경쟁을 통해 확보한 해외 바이어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1천2백개 부품업체들의 도산이 임박했다는 소식은 수만명의 실직자를 예고하는 것이어서 더욱 걱정이 크다. 삼성과 대우그룹의 총수가 조기해결을 추진중이라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들 기업의 파업이 여느 노사분규 때와 다른 점은 피인수기업의 종업원들이 회사경영진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조조정이라는 범국민적 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불가피한 조치였는데도 종업원들은 회사가 자신들을 버렸다는 배신감을 갖고 있어 지휘체계가 서지 않고 협상의 창구조차 닫힌 상태다. 기업문화가 전혀 다른 기업에 흡수돼야 하는 종업원들의 불안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본인들의 잘못없이 회사를 잃어야 하는 입장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국가경제 전체를 생각해서 회사 정상화에 나서는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 빅딜을 주도한 정부 역시 결자해지 차원에서 필요한 지원이 있으면 과감하게 집행함으로써 국가적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번 빅딜은 태생적으로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었다. 기업의 의사가 무시됐다든지 부실기업과 우량기업의 구분이 완벽하게 안된 상태에서 인수기업이 결정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빅딜의 잘잘못을 따지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못하다. 우선 기업을 정상화해야 한다. 이것은 기업에 대한 국민적 바람이자 명령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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