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한겨울의 황사

  • 입력 1999년 1월 26일 19시 10분


한반도에는 일년 내내 서쪽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대기권 상층부를 강하게 흐르는 편서풍의 영향이다. 서풍을 일컫는 옛말인 ‘종풍(終風)’은 ‘하루 종일 부는 바람’이라는 뜻도 지닌다. 우리 민족이 오랜 세월 서풍에 익숙해 있었다는 얘기다. 서풍은 ‘좋은 바람’이기도 했다. 과거 농민들은 서풍을 ‘갈바람’ ‘하늬바람’이라고 부르면서 농사에 큰 도움을 준다고 믿었다.

▽오늘날 서풍은 골칫거리로 바뀌고 있다. 중국대륙에서 떠돌던황사나 대기오염 물질이 바람과 함께 우리나라로 넘어오기 때문이다. 특히 황사현상은 바람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중국 북부나 몽골의 사막지대에서 발생한 흙먼지가 최대 5천㎞를 비행해 우리상공을 뒤덮는 것이다. 멀고 먼 사막의 먼지가 한반도까지 이동할 정도라면 서해안 바로 건너 중국공장 밀집지대로 인한 대기오염 피해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동안 황사는 3월과 5월 사이에 집중 발생했다. 사막의 건조기인 봄철이 되어야 흙먼지가 다량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겨울임에도 전국적으로 황사현상이 일어나는 ‘이변’이 엊그제 나타났다. 지난 30년간 1월에 발생한 황사는 이번까지 다섯차례, 서울지역은 처음이다. 먼지의 농도 등 강도(强度)면에서도 중상급으로 평가됐다.

▽황사는 중국의 심각한 사막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중국은 전국토의 27%가 사막이며 해마다 남한 면적의 2.5%에 이르는 토지가 사막으로 변해가고 있다. 원인은 숲을 마구 베어버린 남벌이다. 지난해의 대홍수도 자연파괴에 따른 재앙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의 사막화는 우리에게 ‘강건너 불’이 아니다. 겨울 황사현상이 우연한 결과가 아니라면 중국과의 환경협력을 강화하는 등 조속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

홍찬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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