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향기]윤의섭 「칠장사 진경(眞景)」

  • 입력 1999년 1월 26일 19시 10분


나는 계속해서

칠장사로 향했다

정작 지도에도 없는 봉우리가 있다는 건가

행인에게 길을 묻고서야

이미 칠장사 입구에 들어선 줄 알았다

대웅전에 박힌 싸리나무 기둥은 아직도 꽃을 피울 태세다

구로봉(九老峰) 아홉 늙은이가 담소를 나누다

인기척에 대뜸 돌아앉는다

땅 속에서 오래 익은 약수를 마시며

얼핏 스쳐간 말꼬리를 더듬어본다

열번째 봉우리는 어디

자리잡았습니까

적멸궁 뒤켠에서 싸리비 쓰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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