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돈을 3회에 걸쳐 입금한 다음 인출을 요구하면 은행은 첫번째 넣었던 돈부터 빼준다. 고객에게 줘야 할 이자비용을 줄이겠다는 은행의 속셈이다.
예를 들어보자. 월급 2백만원이 이체되는 자유저축예금 통장이 있다. 연말에 특별 보너스가 2백만원 나와 이 통장에 입금했다. 1년후 보너스에 붙는 이자는 얼마일까. 월급은 매달 생활비로 몽땅 찾아쓴다고 가정하자.
자유저축예금의 금리는 최고 연 9%. 그러나 최고 금리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돈을 1년 이상 묻어두어야 한다. 예치기간이 3개월보다 짧으면 이자는 고작 연 3%뿐.
2백만원의 보너스가 1년이나 은행에서 묵었으니 이자가 18만원은 붙었을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받을 수 있는 이자는 고작 6만원이다. 선입선출법의 ‘농간’ 때문이다.
연말 보너스를 12월25일에 입금한 뒤 다음해 1월 25일 월급이체와 동시에 생활비로 2백만원을 인출했다면 고객은 ‘월급을 찾아썼다’고 생각하지만 은행은 얼른 보너스를 내줌으로써 자기들이 물어야 할 이자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통장에는 1년내내 ‘잔액 2백만원’이라고 인쇄됐더라도 은행 입장에서는 2백만원이 한달 단위로 입금과 출금을 반복한 꼴이다. 그래서 가장 낮은 이자율인 연 3%가 적용된다.
월급만 찾아쓰고 보너스는 1년쯤 묵혀둘 생각이라면 보너스는 별도의 통장에 넣어두어야 한다.
〈이용재기자〉y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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