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케스가 ‘백년 동안의 고독’의 속편을 쓴다면 빼놓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대형 지진이 그의 조국 콜롬비아 서부를 강타해 사망자가 2천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보도다. 85년 루이스산의 화산 폭발로 만년설이 녹으며 생긴 진흙이 2만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기억이 생생하다. 겹치는 콜롬비아의 재난에 연민의 정마저 생긴다.
▽우연히도 지진이 일어난 25일은 마르케스가 본래의 직업이었던 기자로서 다시 활동하겠다고 AP통신과의 회견에서 밝힌 날이기도 하다. 최근 주간지 ‘캄비오(변화)’를 인수해 본격적인 언론 활동에 들어간 그는 ‘내 소설은 모두 기자로 활동하던 당시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라고 했다. ‘현실’은 그의 문학의 모티브였던 셈이다.
▽71세의 노구를 이끌고 다시 지진으로 비탄에 빠진 조국의 현실 속으로 들어가 기자로 활동하게 될 마르케스의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다. 콜롬비아 국민은 국민적 추앙을 받는 노기자가 전하는 보도를 통해 희망을 발견하고 위안을 받을 게 틀림없다. 콜롬비아의 자연재해에 견줄 것은 아니지만 경제난 속의 우리 사회에도 마르케스같은 원로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임연철<논설위원〉ynch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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