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프랑스 르노 아에로스파시알 알스톰 등 프랑스 주요 기업과 굴지의 은행관계자 등 1백여명이 참석해 열기를 보였다.
지난해 한국정부가 주관했던 몇 차례의 투자설명회와 달리 이번에는 한국의 5대그룹이 구조조정 추진 현황과 기업미래상을 설명하는 자리여서인지 상당한 관심을 끌었고 분위기도 진지했다.
한 프랑스 기업인이 “한국의 3대 재벌들이 이미 포기했던 항공산업부문을 통합해 독립법인을 만든다고 하는데 사실이냐”며 “이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답변에 나선 이경훈(李景勳)㈜대우사장이 “빅딜과 구조조정 노력으로 한국의 사전에서 ‘재벌’이란 단어는 사라졌다”며 “재벌이란 단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자 장내에는 폭소가 터졌다.
이사장이 ‘벌(閥)’은 학벌 군벌처럼 좋지 않은 뜻으로 쓰인다는 설명까지 덧붙이자 프랑스 참석자들은 “한국경제는 재벌들이 좌지우지해온 게 사실 아니냐”고 공박했다.
“자동차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공급초과인데 구조조정을 한다면서 현대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해 설비를 확장하는 것은 거꾸로 가는 정책 아니냐” “삼성전자가 대우전자를 인수한다면 대우전자의 프랑스 현지법인은 문을 닫게 되느냐” “한국의 정권이 바뀌면 재벌정책이 또 바뀔 것 아니냐”는 등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땀을 흘리며 질문에 답변한 한국측 참석자는 “IMF사태 이후 우리나라 재벌에 대한 선진국들의 인식이 급격히 나빠진 것을 실감했다”며 “어떻게든 이미지를 다시 세워 세계무대에서 싸워이겨야 하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김세원〈파리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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