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이영일/PC통신 동호인들께 드리는 두번째 글

  • 입력 1999년 1월 29일 10시 52분


동아일보 18일자 미즈미스터면의 '이 사람이 사는 법'에 대한 통신들인들의 비평과 관련, 본인이 지난 26일 동아일보 광고를 통해 평소 PC통신에 대한 소견을 밝힌 바 이에 대한 오해들이 꼬리를 물고 있기에 외람되나마 다시 통신동호인들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우선 제 의견에 대해 많은 질책과 격려를 보여주신데 대해 감사를 드리며 아울러 이번 파동을 계기로 PC통신의 토론문화가 한차원 높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돼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통신인들의 반응을 대하면서 제가 느낀 점은, '이런 오해도 생길 수 있구나'하는 자성과 더불어 자칫 이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수도 있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먼저 제가 광고에서 '당사자들이 우울증과 정신이상 증세' 운운한 것이 본의아니게 문제의 기사를 쓴 기자와 데스크를 지칭하는 것처럼 오해를 사고 있으나, 이는 저를 포함한 PC통신의 도마에 올랐던 불특정다수를 말한 것임을 분명히 밝혀 드립니다. 제게 비판적 의견을 보내주신 통신인들 대부분이 제 글을 동아일보의 자작극,아니면 최소한 관련인물의 작품이라고 단정한 것도 이러한 오해 때문에 파생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도 과거에 PC통신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당사자로서 누구보다 그 폐해를 절감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광고가 나간 뒤 팩스를 통해 수백건의 의견들이 접수됐습니다. 개중에는 여전히 제 시각을 못마땅해하는 분들도 많았지만 제게 용기와 격려를 준 분들도 이에 못지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

더불어 제 글에 대한 PC통신 동호인들의 의견이 전과 달리 한결 순화된 표현들과 논리들로 무장돼 있음을 깨닫고 제 글 가운데 과격한 표현들이 있었는지에 대해 반성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분명히 '건전한 비판과 대안들도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원색적인 표현들을 문제삼았음에도 통신인들 전체를 매도한 것처럼 몰아붙인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생각됩니다.

재삼 강조하거니와 제가 비싼 돈을 써가며 광고를 게재한 것은 PC통신에 의한 피해자의 한 사람으로서 평소 원색적이고 저질스런 표현과 최소한의 논리도 갖추지 못한 감정적인 글들이 여과되지 않고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건강한 부'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기사에 등장하는 이사장의 경우가 '건강한 부'에 해당되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그 때문에 돈있는 사람들이 무조건 매도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중학교밖에 다니질 못했습니다. 온갖 궂은 일을 해가면서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입학하고도 졸업장은 결국 받지 못했습니다. 결혼할 때도 무일푼이었고 신혼여행은 꿈도 꾸지 못해 차마 신부를 대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갖은 고생끝에 이제 먹고살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나뿐인 제 딸에게는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경제위기로 국민들 대다수가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왜 모르겠습니까? 그 울분과 고통을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꼈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것때문에 건강하게 쌓아올린 부까지 매도당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돈을 벌면 어려운 사람과 사회를 위해 쓰겠다고 늘 다짐해 왔습니다. 일종의 보상심리일 수도 있고 제 나름의 '정의'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 제가 비싼 광고비를 들여가며 통신인들과 지상논쟁을 벌인 것도 이같은 소신에서였습니다.

저의 충정이 조금이라도 통신인들에게 전달되었기를 바라며 아울러 이번 논쟁이 PC통신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좋은 촉매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영일<개인사업·서울 강북구 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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