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없던 28일 심야의 기습폭설로 서울시민의 귀가길은 아수라장이 됐다. 무악재고개를 넘고 한강다리 하나 건너기 위해 빙판길을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했다. 새벽 두세시에 겨우 집에 들어가 잠시 눈붙이고 출근할 때는 더 큰 혼란이 기다리고 있었다. 흡사 서울시를 대상으로 비상 제설훈련이라도 실시한 듯한 8.5㎝의 적설량에 이 나라 수도는 완전히 공황에 빠졌다.
▽서울시장이 그 혼란의 시간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시민들은 모른다. 1만5천여명의 인력과 2백여대의 제설차를 동원했다고는 하지만 눈을 치우는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비리사건 때는 그렇게 흔하더니만 제설작업 때는 보이지 않는 것이 서울시 직원들이었다. 눈 잘 치우는 구청에 주려고 18억원의 보너스 예산을 준비했는데 눈이 안와 걱정이라고 너스레를 떨던 서울시의 탁상행정에 시민의 분노가 쌓인다.
▽기상예보도 문제다. 라니냐 영향으로 맹추위가 예상된다고 했다가 슬며시 꽁무니를 빼는 바람에 얼마나 많은 겨울산업이 멍들었던가.
불과 몇시간 전의 예보가 “청명할 것”이었으니 이번 폭설에 가장 놀란 쪽은 혹 기상청이 아니었을까. 눈이 쏟아지기 시작하고 1시간10분이 지나서야 대설주의보를 내리는 수준이라면 ‘슈퍼컴퓨터가 없어서’라는 변명도 이제는 군색하게만 들릴 뿐이다.
이규민<논설위원> kyu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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