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안테나]美 사형수, 교황덕에 죽음 모면

  • 입력 1999년 1월 29일 19시 40분


‘3명을 무참히 살해하고도 교황 덕분에 죽음을 모면한 억세게 운좋은 사나이.’

미국 미주리주 교도소의 수형자 대럴 미즈(52)는 2월10일 사형이 집행될 예정이었다.

그는 88년 마약거래를 함께 하던 친구 부부와 아들을 엽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28일 기적이 일어났다. 멜 카내헌 미주리주지사가 미즈를 ‘보석없는 무기형’으로 감형한 것.

이 ‘용서받지 못할 흉악범’이 뜻밖의 행운을 잡게 된 것은 교황의 요청 때문이었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미국 방문 마지막 날인 27일 아침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가진 미사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하며 사형제도의 철폐를 주장했다.

안젤로 소다노 교황청 국무장관은 미사후 카내헌주지사에게 “미즈를 감형해 달라”는 교황의 요청을 전달했고 교황은 이날 오후 카내헌주지사를 직접 만나 미즈의 감형을 다시 간청했다.카내헌주지사는 28일 “나는 사형제도를 지지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교황이 세인트루이스를 방문한 역사적 의의와 그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고려해 미즈를 감형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미즈는 교황 덕에 두 차례나 죽을 고비를 넘기게 됐다. 그는 당초 이번주 사형이 집행될 예정이었으나 교황방문시기를 피해 2월10일로 연기됐었다.

28일 바티칸시티로 돌아와 미즈의 감형 소식을 전해들은 교황은 “이는 심오한 인도주의의 발현”이라며 카내헌주지사의 결정을 치하했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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