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미술관옆 동물원’은 이 네 여자의 합작품이다. 공식 기록은 없지만 프로듀서 감독 음악감독 제작실장 홍보까지 여성이 전담한 영화는 아마도 한국 최초일 것이다. 더구나 ‘미술관옆 동물원’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미국영화 ‘유브 갓 메일’을 더블스코어로 제쳤다. 할리우드의 흥행보증수표인 멕 라이언과 톰 행크스가 심은하와 이성재에게 밀린 것이다.
영화를 찍느라 두달동안 뼈빠지게 고생했다는 과천 ‘동물원옆 미술관’에서 오랜만에 뭉친 여성제작자 4인방. 만나자마자 영화 ‘스텝맘’의 남자배우 에드 해리스가 멋있느니 그래도 안성기가 최고니 재잘거렸다. (이 사람들 영화제작자 맞아?) 모르고 만났으면 평범한 영화팬들인줄 알 뻔했다. 이들의 어디에 ‘프로 흥행사’ 기질이 숨어 있을까.
“제목부터 신선하잖아요.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 작품은 쓴 사람이 제일 잘 만들겠다고 생각했어요.”
제작 영화사 ‘시네 2000’의 이미영 프로듀서(32)는 이정향감독(35)을 데뷔시킨 ‘배후’다. 이감독을 처음 만난 ‘시네 2000’의 이춘연사장은 “저렇게 철없는 아가씨가 ‘레디 고’나 제대로 부를까” 걱정했었다고 털어 놓았다.
여성들끼리 몰려다니다 보니 “쟤들 장난하는 거야? 여자들이 모여서 수다나 떨지 뭘하겠어”하는 수군거림도 많았다.
하지만 촬영날짜와 제작비를 정확하게 맞추고 전국에서 9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자 그런 수군거림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여자가 많으니까 술값이 안들어서 제작비도 절감됐죠.”
“사실 수다도 많이 떨었지 뭐. 일할 때는 칼같이 일했지만.”
“우린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아요.”
‘미술관옆 동물원’은 94년 이정향감독 자신이 시나리오를 쓴 작품이다. 영화사를 찾아갈 숫기가 없었던 그는 어느 영화강좌에서 김양희씨(27)를 만나 시나리오가 좋다는 말을 듣고 힘을 얻었다. 첼리스트 출신이라는 말에 이감독은 “내 영화의 음악을 맡아줘”했고 김씨는 선뜻 따라나섰다. 이감독의 영화아카데미 동창인 이수정제작실장(36)까지 합류해 ‘도원결의’를 한 세사람. 제작자도 없는 상황에서 함께 시나리오를 고치고 콘티를 짜며 날마다 머릿속으로 수십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97년 시나리오가 청룡영화상 시나리오공모에 당선되고 이미영프로듀서가 나서면서 이들의 공상은 ‘현실’이 된다.
이감독은 요즘 자전거로 한강둔치를 오가는 일과를 다시 시작했다. 그는 ‘일 포스티노(우편배달부)’같이 잔잔하면서도 감명깊은 영화를 만들 계획이다. 이수정제작실장의 꿈은 언젠가 감독으로 데뷔하는 것. 이미영프로듀서는 올해 멋진 남자를 만났으면 하고, 김양희씨는 세계 최고의 음악감독이 되고 싶어한다.
고아함과 속물스러움, 진지한 영화철학과 어린애같은 장난기, 각자 자기안에 미술관과 동물원을 한 개씩 갖고 있는 네 여자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떠남이 아름다웠던 이재철목사 이야기가 나간 뒤 독자들로부터 “깊은 감동을 받았다”는 반응과 함께 이목사의 스위스 연락처와 주님의 교회 전화번호를 알고 싶다는 문의가 많았습니다. 교회연락처는 02―416―5181입니다. 그러나 이목사의 전화번호는 본인의 요청에 따라 공개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는 세상’은 항상 여러분의 사연과 제보를 기다립니다. 02―361―1051∼2(전화) 02―361―1050(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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