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공황은 ‘경기가 갑자기 악화돼 발생하는 극도의 경제혼란상태’를 말한다. 상품이 팔리지 않고 재고가 쌓이며 지불불능으로 기업은 쓰러지고 그 여파로 금융기관이 도산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1929년 발생한 세계 대공황이 그 전형적인 예로 영어로는 ‘크라이시스(Crisis)’다.
그러나 브라질에서는 이런 과정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주가와 환율이 폭락했으며 국가부도 직전에까지 이르렀다.
사태의 발단은 한 주정부가 중앙정부에 선언한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선언이었다. 정치갈등이 빚은 ‘국내적 사건’이었는데도 브라질 경제개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가 빠져나갔고 미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전 세계 주가폭락으로 이어졌다. 실물시장에서는 별 일이 없었지만 우려가 우려의 꼬리를 물면서 파국이 번졌다. ‘恐慌’이란 한자어 또는 ‘패닉’이란 단어의 뜻에 들어맞는 현상이었다.
이처럼 미래의 잘못될 가능성을 미리 반영하는 것이 금융시장의 특징이다. 특히 국제금융시장이 시차 없이 움직이는 요즘은 언제라도 패닉이 발생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셈이다.
심리적 불안에서 출발한 문제는 해결도 신뢰회복에서 찾을 수 있다. 브라질의 경우 모라토리엄 문제를 해결하고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입증하는 길밖에 없다.
패닉은 나그네에게 갑작스런 공포를 준다는 그리스의 신 ‘판(Pan)’에서 유래했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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