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년전 뉴욕에서 외채협상을 할 당시의 절박한 상황과 비교할 때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는 상당히 개선됐다. 유럽계 신용평가기관인 피치IBCA에 이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우리나라를 ‘안심하고 투자해도 되는 나라’로 인정했다. 무디스도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예고하고 있어 이제 우리는 환란 1년만에 다시 투자적격 국가로 격상됐다. 미국 재무부도 의회증언에서 한국경제가 중환자실을 나와 회복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물론 각종 국내 경제지표들도 상향세를 보여준다.
낙관론의 기저는 외환보유고가 넉넉하다는 데서 출발한다. 30억달러에 불과했던 외환이 1년여만에 5백억달러에 이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달러보유국인 일본조차 경제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또 이처럼 늘어난 외환보유고가 과연 우리의 노력만으로 된 것인지 혹은 한 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는 외적 호조건에 힘입은 것인지 겸허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벌써 미국 슈퍼 301조의 재등장 등 경계해야 할 일들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우리 경제가 중환자실을 나왔다고 해서 이것이 바로 퇴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겨우 회복실로 옮겨진 상황에 불과하다. 회복을 하려면 병을 앓기 이전에 갖고 있던 나쁜 습관들부터 고쳐야 한다. 구조조정도 그런 과정의 하나이기에 멈출 수 없는 작업이다. 경기는 호전된다지만 작년보다 더 큰 감원바람이 불 것으로 예고되는 게 현실이라면 실업대책도 큰 숙제다. 빅딜 여파로 빚어지고 있는 사회적 갈등은 자칫 경제전체에 큰 짐으로 작용할 우려도 있어 신속한 수습이 요구된다.
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환란을 촉발했던 요인중 상당수가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회복을 위해 지금부터 해야할 일이 여태껏 해 온 일보다 더 많을 수 있다. 경제회복을 위해 국민이 자신감을 갖는 일은 중요하지만 자칫 정치상황 때문에 국민을 들뜨게 한다면 환란은 재발할 수 있다. 모든 경제주체가 해야 할 일을 다시 한번 점검할 때다. 우리 경제는 아직도 깨어지기 쉬운 상태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