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유엔 회원국이다. 그런데도 지난 87년 유엔에 형식적인 인권보고서를 내고서는 10년 동안 인권에 관해 입을 다물고 있다. 97년에는 국제인권규약에서 아예 탈퇴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이 1백91개 조사대상국 중 최악의 인권유린국가라고 비난했다. 최근 유엔인권위원회 등도 북한의 인권실태에 관심을 높이고 있지만 무엇보다 이제는 정부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국가정보원이 정치범으로 수감되어 있는 납북 및 월북자 22명의 명단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국가기관이 공식적으로 그같은 구체적인 자료를 내놓기는 처음이다. 이 자료는 납북자나 월북자의 전직(前職)과 북한에 간 연도까지 밝히고 있어 더욱 마음을 안타깝게 만든다. 현재까지 소식없는 납북자 4백50여명의 신변도 크게 우려되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는 북한 당국에 대해 기회있을 때마다 인권과 인도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이번 국정원의 북한 정치범 수용소 명단 발표가 이산가족의 한(恨)을 푸는 새로운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문제는 북한 당국의 자세다. 우선 정치범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에 대한 북한당국의 입장설명이라도 들었으면 좋겠다.
〈남찬순 논설위원〉chansoo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