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크메니스탄 건설공사 현장에 북한 인력을 참여시키는 문제는 지난해 10월 현대측이 북측과 금강산개발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제의한 것이라고 한다. 현대측은 당초 북한 인력의 단순 채용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북측은 일부 공정의 하청을 요구한 모양이다. 현대측은 이같은 북측 요구를 수용할 움직임이다. 양측은 현재 북한 근로자의 임금과 기술수준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나 타결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본공사가 시작되는 4월에는 남북한 건설 인력이 제삼국에서 함께 땀 흘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
그동안 남북한은 건설공사에 관한 한 상당한 협력을 해 왔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신포현장에는 일일 평균 1백여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우리 근로자들과 공동작업을 하고 있다. 장전항을 비롯한 금강산개발현장도 마찬가지다. 별다른 마찰 없이 작업중이다. 이같은 경험들은 해외건설 현장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해외에서의 남북한 공동작업은 그곳에서 느끼는 진한 동포애 때문에 서로간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현대건설의 제삼국 건설공사에 참여하는 것은 북한 스스로에게도 엄청난 도움을 줄 것이다. 단순한 외화획득 차원이 아니다. 북한의 해외 건설시장 진출을 위한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현대측은 리비아 등 세계 각지의 공사현장에 북한 인력 5천명 정도는 언제나 채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북측에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제사회에 경제분야 진출이 거의 없는 북한에게는 경험 축적을 위해서도 더 할 수 없이 좋은 기회다.
북한의 경제는 계속 어렵다.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경직된 경제구조 때문이다. 따라서 가만히 앉아 달러 획득에만 집착해서는 근원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어렵다. 북한도 이제는 국제시장 진출을 위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어느 나라든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현대와 북측 간의 이번 협상이 타결된다면 북한도 나름대로 국제 건설시장의 또다른 모습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생생한 국제경쟁 경험은 개혁 개방을 망설이고 있는 북한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 줄지도 모른다. 현대와 북측은 가능한 한 합의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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