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법조비리사건 수사결과와 검찰총장의 대(對)국민사과문은 검찰의 근본적 개혁을 열망해온 검사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것이 분명하다. 검찰권 행사의 핵심 과제인 정치적 중립의지가 미약하다는 점이 반발의 명분일 것이다. 심재륜(沈在淪)대구고검장의 행동을 ‘개혁저항세력의 항명사태’로 규정한 것도 집단행동의 구실이 된 것 같다. 검찰수뇌부는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검사회의를 개최하는 등 부심하고 있으나 사태가 쉽사리 가라앉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어느 때보다 지혜와 절제가 아쉬운 시점이다.
검사들의 집단행동이 더이상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순수성을 의심받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사태가 꼬일 수도 있다. 검사들의 불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검찰수뇌부가 적극적 수용태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혹시라도 적당히 봉합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갖지 말아야 한다. 미봉(彌縫)으로는 안된다. 물론 검찰에 대한 신뢰의 위기와 위상의 추락이 검찰총장만의 책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휘능력이 이미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는 점에 고민이 있다.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지 못한 책임의 일단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검찰총장의 퇴진 요구가 검찰 안팎에서 거세지고 있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검찰권 행사의 공백은 단 하루라도 있을 수 없다. 따라서 검찰조직의 안정을 되찾고 일상업무를 수행하면서 안팎의 중지(衆智)를 모아야 할 때다. 검찰개혁의 핵심이 정치적 중립에 있다는 검사들의 인식은 전적으로 옳다. 임기만료 반년을 앞둔 검찰총장의 거취를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그로서는 하루하루가 괴로운 시간의 연속일 것이다. 땅에 떨어진 검찰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 정치적 중립의 초석을 쌓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뇌할 때다.
법무부가 내놓은 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전관예우와 사건소개 비리척결 등 여러 개혁방안들도 검찰권의 독립 없이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특히 비리조사처를 검찰총장 직속으로 둔다고 하나 검찰총장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는 한 소용없는 일이다. 정치적 중립을 위한 제도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