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상거래에 필수적인 암호의 수출 문제를 놓고 미국의 암호제작업체가 미국 연방수사국(FBI)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과 마찰을 빚고 있다.
미 시사주간 타임지 최근호에 따르면 암호제작업체인 ‘RSA데이터 시큐리티’는 암호 수출을 규제하고 있는 미 국내법을 피하기 위해 올해초 호주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호주 증권거래소에 암호체계를 판매하는데 성공했다. 그러자 미 정보기관들이 R
SA의 암호수출로 인해 미 국가안보가 위태롭게 됐다며 일제히 발끈하고 나섰다. 이들은 호주정부에 압력을 가해 RSA 호주 자회사의 영업에 제동을 걸 태세. 현재 미국은 미 정보기관들이 해독할 수 없는 암호체계는 해외에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FBI와 CIA 등은 “RSA가 만든 암호체계가 워낙 정교해 정보기관들이 해독할 수 없을 정도”라며 “만약 테러범들이 RSA의 암호체계를 이용한다면 미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암호는 급증하는 인터넷 상거래의 안전을 보장하는 장치. 예를 들어 인터넷을 통해 물품을 구입하면서 신용카드로 대금을 결제할 경우 고객이 입력한 신용카드 번호와 비밀번호 등이 자동적으로 암호화된다. 만약 암호체계가 허술해 신용카드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면 고객이 큰 피해를 보기 때문에 정교한 암호체계를 갖춘 업체가 경쟁력을 갖는다.
RSA 등 암호제작업체들은 “98년 전세계의 인터넷 거래가 3백23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팽창일로에 있다”며 “인터넷 거래를 더욱 활성화하려면 제삼자가 해독할 수 없는 암호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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