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강간범으로 몰려 8년의 유형생활을 한 끝에 53세가 되어서야 영화를 찍기 시작한 카네프스키 감독. 전편에 이어 자신의 분신인 ‘발레르카’의 고통스런 성장기를 다시 한번 그려낸다.
직업훈련원에서 쫓겨난 후 독립된 생활을 꿈꾸며 항구도시에 정착한 발레르카. 격렬한 폭력과 어른들의 추악한 탐욕에 차츰 순수함을 잃어간다. 어릴적 연인 발카는 발레르카의 변해버린 모습에 실망해 배에서 뛰어내린다.
불법 낙태와 강간, 돼지의 도살장면, 에탄올을 마시고 쓰러진 소년, 주정뱅이의 노래가락 등 허구보다 더 끔찍한 러시아 민중들의 현실이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진다. 그래서인지 거친 삶속에서 피어나는 소년과 소녀의 사랑은 설원(雪原)의 풍경보다 지순하게 다가온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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